[국제] 사우디서 종전 논의 시작…루비오 "러·우크라 서로 양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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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종전 구상을 두고 충돌했던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종전 논의에 재시동을 건다. 미국에 이익이 되는 광물협정을 매개로 제3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양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11일(현지시간) 만난다. 이번 담판에서 '종전 협상의 청사진'이 나올지 주목된다.
이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 등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과 광물협정 등을 논의한다. 미국 대표단은 루비오 장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등이다. 우크라이나는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장관 등이 나선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제다에서 종전 협상을 중재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 의견을 나눴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젤렌스키는 회동 뒤 SNS에 "전쟁을 끝내고, 신뢰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평화 확보를 위해 필요한 단계와 조건에 대해 자세히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입장은 '완전히 건설적'이며 '실질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했다.

2025년 3월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가 미국 대표단과의 종전 회담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했다. AFP=연합뉴스
이번 회담은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지난달 28일 백악관 회동이 파행으로 끝난 뒤 열흘 만에 이뤄진다. 당시 회담은 고성이 오가며 성과 없이 끝났다. 이후 트럼프는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을 우크라이나가 증명할 때까지 군사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광물 개발 등에서 얻는 수익의 50%를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양국 공동기금에 넣는 것을 골자로 한 광물협정 체결을 원한다. 이와 관련, 트럼프는 지난 9일 전용기 에어포스 원(미 대통령 전용기)에서 취재진에게 "이번 주에 많은 진전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FT "우크라, 부분 휴전안 제시할 듯"
일단 젤렌스키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에 대한 요구에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도 이번 회동에서 '부분 휴전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드론(무인기), 미사일 공격과 흑해에서의 작전을 중단하는 대신 미국의 군사·정보 지원 중단을 해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절충안'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이는 휴전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안전 보장'을 요구해 온 우크라이나의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선 안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025년 3월 10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로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취재진에 이야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만일 이번 회담에서 부분 휴전 합의가 이뤄진다면 영구 휴전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된다. 미국은 러시아를 설득하기 위해 제재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가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 등 전쟁으로 러시아에 부과된 제재를 어떻게 완화할지 구상 중"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포기해야 할 것"이라며 타협을 강조하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현 상황에서 어떤 군사적 해결 방안도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가 합리적인 시간 안에 러시아군을 2014년 이전 위치로 되돌리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가 어려운 일을 해야 할 준비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젤렌스키의 입장은 이래저래 난처하다. '신속한 합의'를 원하는 트럼프의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러시아에 양보를 못 한다'는 자국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전쟁 초기 90% 이상이던 젤렌스키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지지율은 지난해 말 50%대로 떨어졌다.

JD 밴스(오른쪽 끝)미국 부통령이 2025년 2월 28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 끝)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도 관여하는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가 이번 주 중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위트코프 특사가 러시아를 방문하면 시기적으로 미·우크라이나 간 고위급 회담 직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11일 미국과 회담을 앞두고 모스크바에 대규모 드론 공세를 가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자국 공군이 10개 지역에 걸쳐 우크라이나 드론 337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공격이 2022년 2월 전쟁 발발 후 모스크바에 대한 공격 중 최대 규모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국무부는 "10일 루비오 장관이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 가자지구 사태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면담에서 "가자지구 상황과 관련한 어떠한 해법에도 하마스의 역할이 포함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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