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보물이 ‘장물’…사상 첫 지정 취소

본문

17417101015067.jpg

도난당한 장물로 드러나 9년 만에 보물 지정이 취소되는 ‘대명률(大明律)’. [사진 국가유산청]

도난당한 장물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14세기 목판본 고서 ‘대명률(大明律)’의 보물 지정이 취소됐다.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유산의 지정 취소는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국가유산청은 “신청자가 밝힌 유산의 출처가 허위로 판명됨에 따라 지난 2월 문화유산위원회를 거쳐 지정 취소 처분을 결정했다”고 알렸다. 지난 2016년 7월 보물로 지정된 지 9년 만이다.

‘대명률’은 중국 명나라의 형법전으로 조선시대 형법의 근간이 된 자료다. 보물로 지정됐던 판본은 1373년 초간본을 수정 편찬해 1389년 명나라에서 간행한 것으로 국내외에 전해지는 유일본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 영천에서 사설 박물관을 운영하는 A씨가 “집안의 가보”라며 2016년 국가유산청(당시 문화재청)에 보물 지정 신청을 했을 때도 이 같은 가치가 인정됐다.

하지만 지정 4개월 만인 그해 11월 ‘대명률’은 경찰의 문화재 특별단속 과정에서 장물로 드러났다. 당시 수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2012년 장물을 취급하는 B씨에게서 1500만원을 주고 ‘대명률’을 샀다. 문화재로 지정되면 1000만원을 더 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보물 지정 후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자 B씨는 ‘대명률’이 장물임을 폭로했다. A씨는 2022년 대법원 판결에서 문화재보호법(현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3년 실형이 확정됐다. 국가유산청은 법원 판결에 따라 보물 지정 당시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보물 취소를 결정했다. 앞서 일부 국보·보물이 위작으로 드러나면서 ‘지정 해제’된 것과는 다르게 적용했다.

‘대명률’은 문화 류씨 집안이 1878년 경북 경주에 세운 서당 육신당에 보관돼 왔다. 육신당 측은 1998년 ‘대명률’을 포함한 총 235점의 유물이 사라졌다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했다. 이어 2011년 국가유산청에도 도난 신고를 했다. 하지만 국가유산청은 보물 지정을 위해 전문가 조사를 하면서도 이것이 도난당한 ‘대명률’임을 파악하지 못했다. ‘대명률’은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이 보관 중이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148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