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우크라 휴전안에도, 전선서 공방 치열…러軍 "12개 마을 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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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미국의 ‘30일 휴전안’ 제안을 11일(현지시간) 수락했지만, 전선에서는 여전히 포성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같은 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로부터 쿠르스크 지역 일부를 탈환했고,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에 대규모 무인기(드론) 공격을 펼쳤다. 양측이 종전 협상 전에 서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공방전을 계속 하는 셈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전투 중인 러시아 군인들. AP=연합뉴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이 지난 하루 동안 쿠르스크 지역의 12개 마을과 100㎢의 영토를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탈환했다”고 밝혔다. 아그로놈, 보그다놉카 등 12개 마을은 우크라이나가 점령 중인 쿠르스크 내 주요 도시 수자를 북·동·남쪽에서 둘러싸고 있다. 러시아군 입장에선 수자를 탈환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앞서 러시아 특수부대는 지난 주말 현재 사용하지 않는 가스관을 이용해 수자 침투 작전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타스통신이 입수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러시아군 병력은 가스관 내부를 기어 약 15㎞이상 전진한 뒤 우크라이나군을 급습했다. 러시아군 최고사령관인 압티 알로디노프 중장은 “이번 작전 이후 2∼3개 마을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군이 후퇴하고 있다”고 통신에 말했다.

러시아 특수부대 요원들이 가스관 내부를 따라 이동하는 모습. 사진 스카이뉴스 캡처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8월 쿠르스크를 기습 공격해 한때 1300㎢ 이상의 러시아 영토를 점령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반격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점령지를 점차 내주는 상황이 됐다. 급기야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파행된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정보 지원을 중단하자 러시아군이 집중 공세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달 말 기준 800㎢ 이상을 되찾은 상태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점령이 며칠 내로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군도 쿠르스크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인정했다. 안드리 코발렌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장은 지난 9일 “(우크라이나 북동부 접경 지역인) 수미와 쿠르스크 상황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파병된) 북한군이 (쿠르스크에서) 줄을 지어 본격적으로 진격하고 있다”며 “실제로 들판을 가로질러 달리고 있다”며 러시아군을 지원하는 북한군의 달라진 모습을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8월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장갑차가 국경지대인 수미주에서 불타고 있는 차량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쿠르스크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피해 규모도 상당하다. 타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현재까지 병력 6만6550명, 전차 391대와 보병전투차량 311대, 장갑차 272대, 장갑전투차량 2181대, 군용 차량 2403대, 야포 542문, 다연장 로켓 발사기(MLRS) 52문, 지대공 미사일 발사기 26기 등을 잃었다.
점령지 상실은 쿠르스크 일부 지역을 종전 협상 카드로 쥐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큰 악재다. 마땅한 협상 카드가 없는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드론 공격으로 모스크바를 공략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 후 파손된 아파트 건물의 모습. EPA=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지역 도모데도보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인해 파손된 차량들. AP=연합뉴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지난밤 러시아 10개 지역 상공에서 337대의 드론을 격추했으며 이중 91대는 모스크바 상공에서 파괴됐다”며 “쿠르스크에서도 126대의 드론이 격추됐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최대 규모"라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이와 관련, 한 우크라이나군 참모총장은 “모스크바 정유 시설을 공격했다”는 텔렘그램 글을 올렸다. 해당 시설은 러시아 3위 석유 기업 가즈프롬네프트(가즈프롬 자회사)가 소유한 시설 중 최대 규모다. 구체적인 피해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업체 측은 "시설은 정상 운영 중"이라고만 밝혔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정유 시설을 비롯해 석유 펌프장 등 러시아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수차례 감행해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의 연료 공급과 석유 판매 수익을 제한하려는 의도”라고 봤다.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비드노예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파손된 주거용 건물 옆 바닥에 파편이 널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공격이 “서방 후원자들(유럽국)을 향한 아첨”이라며 “극악무도한 민간인 살해는 젤렌스키의 신나치 정권의 고통을 보여준다”고 맹비난했다. 이번 공격으로 어린이 3명을 포함해 18명이 다치고 2명이 사망했다고 러시아보건당국은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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