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춤은 나의 언어…감옥에서 우릴 해방시키죠" 이스라엘 안무 거장 오하드 나하린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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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이 감옥이라고 느낀 적 없나요? 몸은 우리를 가두는 감옥, 그곳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춤이죠. 이것이 모두가 춤을 춰야 하는 이유입니다."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발레단 공연 '데카당스' 기자간담회에서 이스라엘 출신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카당스'는 오하드 나하린의 대표작들을 하나의 공연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공연은 오는 14~2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볼 수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발레단 시즌 개막작인 '데카당스' 공연을 위해 내한한 이스라엘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72)은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데카당스' 기자간담회에서 '춤'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춤을 추는 순간에는 무대와 관객은 전혀 생각나지 않고 오직 춤을 추는 나 자신만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춤을 추기 위해서는 공간과 시간만 있으면 충분하다"면서다.
나하린은 1974년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에 입단해 '현대 무용의 개척자'로 불리는 마사 그레이엄으로부터 재능을 인정받았다. 1979년 안무가로 데뷔했으며 1990년 바체바 무용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해 2018년 퇴임까지 30개 이상의 작품을 창작했다.
'데카당스'는 2000년 나하린이 바체바 무용단 예술감독 취임 10주년을 기념하며 만든 작품. 10을 의미하는 라틴어 '데카'(Deca)와 춤을 뜻하는 '댄스'(Dance)의 합성어다. 이스라엘 전통 음악부터 맘보에 이르는 다채로운 음악 사용과 감각적인 시각 연출, 에너지 넘치는 움직임이 특징이다. 프랑스 파리 오페라발레, 독일 뒤셀도르프발레단 등 세계적 발레단이 '데카당스'를 무대에 올렸다. 서울시발레단과 협업하면서는 무용수의 움직임을 보고 당초 예정에 없었던 새로운 레퍼토리 '사데(Sadeh)21' 등을 추가로 넣었다.

지난 5일 서울시발레단이 공개한 '데카당스' 연습 현장. 사진 세종문화회관
나하린은 "'데카당스'는 계속 진화하고 변한다. 같은 '데카당스'는 없다"며 "열흘 전쯤 서울시발레단 영상을 보니 무용수들이 '데카당스'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자체로도 너무 좋지만 섬세한 무용수들을 통해 더 강력한 감정을 줄 수 있도록 레퍼토리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나하린은 '가가(gaga)' 테크닉의 창시자로도 알려져 있다. 몸의 감각과 지각을 일깨운다는 일종의 무용 수련법이다. 이번 서울시발레단의 '데카당스' 공연도 '가가'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나하린은 "가가는 몸의 엔진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삶은 고달픈데 각자가 지닌 엔진이 너무 약하면 삶이 무겁게 느껴지잖아요. 반대로 엔진이 강하면 무거운 삶도 가볍게 느낄 수 있습니다."

지난 5일 서울시발레단이 공개한 '데카당스' 연습 현장. 사진 세종문화회관
나하린은 무용수에게 거울을 보여주지 않는 독특한 연습 방식으로도 유명하다.
"요리할 때나 농구 할 때 거울을 보나요? 외과 의사가 수술할 때 거울을 보면서 하나요? 춤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용수는 자신의 감각과 본능을 믿으며 춤을 춰야 합니다."
나하린은 데카당스는 "사람들을 춤의 세계로 이끄는 초대장"이라고도 했다.
"여러분도 춤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춤을 춰야 해요. 데카당스는 무용수들에게 춤을 추게 하는 놀이터이자, 관객을 춤판으로 안내하는 초대장입니다."
서울시발레단의 데카당스는 14~2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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