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인텔, 말레이 출신 거물 CEO 모셨다....자존심 굽히고 수술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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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인텔은 립부 탄 전 케이던스 회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사진 인텔

인텔이 자존심을 굽히고 수술대 위에 누웠다. 위기의 인텔을 살릴 ‘마지막 카드’로 뽑힌 말레이시아 출신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제품·기술·조직문화에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12일(현지시간) 인텔 이사회는 립부 탄(65) 전 케이던스 회장을 새 CEO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 싱가포르에서 대학을 마친 뒤 미국으로 온 탄 CEO는 12년(2009~2021) 동안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업 케이던스 CEO로 재직하며 회사를 세계 2위 설계자동화(EDA)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이 기간 케이던스 주가는 3200% 상승했다.

그는 누비아(퀄컴 인수)·하바나랩스(인텔 인수)·삼바노바 같은 반도체 스타트업과 HPE, 소프트뱅크 이사를 역임했으며, 실리콘밸리 투자사 월든 인터내셔널 회장이기도 하다. 손영권 전 삼성전자 사장과 함께 월든캐털리스트의 창립 파트너이다. 반도체 업계 기술과 경영을 꿰뚫는 거물로 꼽힌다.

탄 CEO는 취임사에서 “인텔의 사업을 재구성할 중요한 기회”라며 “인텔은 강력한 컴퓨팅 플랫폼과 방대한 고객 기반, 공정 기술을 재구축하며 더 강력해진 제조 기반을 갖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텔을 개혁하되, 파운드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그는 지난 2022년 인텔 이사로 임명돼 파운드리 사업을 감독하기 시작했으나, 당시 경영진과 의견 마찰로 지난해 8월 이사직을 내놨었다. 그러나 총체적 경영난을 맞은 인텔이 다시 그를 모셔와 수술해 달라며 메스를 쥐여준 셈이다. 새 CEO가 발표되자 이날 인텔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10%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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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의 인텔 본사. AP=연합뉴스

이로써 지난해 12월 전임 팻 겔싱어 CEO 퇴출 후 4개월간 공석이던 인텔 CEO 자리가 채워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취소하겠다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미국산 칩’의 핵심인 인텔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대만의 TSMC에게 인텔 지분을 인수할 것을 권유했고 TSMC는 엔비디아·AMD·브로드컴에 인텔 지분 공동 인수를 제안했다. 인텔을 한 회사가 홀로 떠맡는 건 그만큼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신임 탄 CEO는 TSMC 마크 리우 전 TSMC 회장이 최근 미국 버클리대에 세운 기술 씽크탱크 이사회에 참여할 정도로 친분이 있다. 전임 겔싱어 CEO는 TSMC와 엔비디아를 공개 비판하며 각을 세웠으나, 탄 CEO 체제에서 인텔-TSMC의 협력 가능성도 점쳐지는 이유다. 인텔은 인공지능(AI) PC용 칩인 루나레이크 등 최신 중앙처리장치(CPU)를 인텔 파운드리가 아닌 TSMC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당분간 이를 유지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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