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여차하면 내기 골프…프로 50명 모여 사는 ‘골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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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메이저리그 - PGA 투어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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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촬영한 미국 플로리다 주 주피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 [로이터=연합뉴스]

락사하치 강물에 비친 가로등 불빛이 밤바람에 출렁거렸다. 보트들이 강물을 가르고, 롤스로이스와 재규어에서 내린 손님이 웨이트리스 안내로 레스토랑에 들어왔다. 여기는 미국 플로리다 주 주피터의 ‘1000 North’라는 레스토랑이다. 주피터는 ‘프로골퍼의 수도’로 불리는 곳이며, 1000 North는 PGA 투어 유명 선수의 아지트 같은 곳이다. 마이클 조던 등이 투자한 이 식당에는 전용 요트 선착장도 있다.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스테이크와 파에야, 소고기 꼬치, 샐러드 하나에 음료 두 개를 시키니 263달러(약 39만원, 팁 제외)다.

빨간색 주피터 등대가 보이는 2층 라운지 클럽은 회원제다. 더스틴 존슨, 어니 엘스 등 이 클럽에 투자한 선수들은 예약 없이 언제든 이용한다. 레스토랑에서 나오다 미국 라이더컵 캡틴 키건 브래들리를 만났다. 깐깐한 성격인데 사진을 찍자고 하니 흔쾌히 응했다. 브래들리는 “주피터는 날씨도 좋지만, 골프코스와 연습시설이 최고다. 선수들이 많이 살아 연습경기 하기도 좋고, 프로골퍼 거주지로 최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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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더 우즈 주피터’ 주방에서 웃고 있는 타이거 우즈. 주피터에는 유명 골퍼가 많이 산다. [사진 더 우즈 주피터 SNS]

주피터는 마이애미와 올랜도 중간의 인구 6만명인 작은 바닷가 도시다. 그리스의 신 제우스에 해당하는 로마의 신이다. 원래 인디언이 이 지역을 ‘호바이’로 불렀다. 스페인인이 이를 ‘호베(Jobe)’로 적었고, 영국인이 ‘조베(Jove)’로 부르다가 동의어인 ‘주피터’가 됐다. 바로 아래 동네가 ‘주노(Juno)’인데, 제우스의 아내 헤라의 로마식 명칭이다.

인근 팜비치는 미국 부자들의 겨울 피한지다. 약 60년 전 잭 니클라우스가 주피터를 겨울 피한지로 개척했고, 타이거 우즈까지 합류하면서 ‘프로골퍼의 수도’라는 별명을 얻었다. 우즈 외에 로리 매킬로이, 저스틴 토머스, 리키 파울러, 더스틴 존슨, 브룩스 켑카 등 프로골퍼 50여명이 이곳에 산다. 스크린골프 리그 TGL도 인근에 5000만 달러를 들여 전용 경기장을 지었다. 주요 선수들이 사는 곳에 경기장을 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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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프로골퍼는 세금이 적은 플로리다주와 텍사스주를 선호한다. 원래 최고 선수들은 국제공항이 있는 올랜도에 많이 살았다. 초청료가 두둑한 유럽대회에 참가하기 편해서다. 상금이 급증하면서 개인 전세기를 이용하게 됐고 국제공항이 필요 없게 됐다. 사생활이 보장되고 골프코스가 좋으며, 자신들만의 커뮤니티가 있는 주피터로 모여들었다. 골프다이제스트는 “주피터 인근 팜비치 공항 자가용 비행기 터미널은 PGA 투어 선수들의 클럽하우스 비슷하다”고 썼다. 플로리다는 원래 거대한 늪지대다. 물이 많다. 주피터와 인근 도시는 강과 운하로 연결된다. 수변 고급주택에 사는 선수들에게 보트는 필수품이다. 이들은 바하마41 쾌속정을 많이 탄다.

골프 중심이 캘리포니아에서 플로리다, 특히 주피터 쪽으로 이동 중이다. 우즈 등 정상급 선수가 있으니 교습가가 몰리고 특급 골프장도 늘어난다. 주피터 인근 골프장만 약 100개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처럼 모래땅이라 뛰어난 코스가 많다. 선수들이 많이 가는 곳은 베어스클럽, 메달리스트, 그로브23 등이다. 연습시설이 최고인 베어스클럽을 이용하는 선수만 40명에 가깝다. 매킬로이와 조던이 이 골프장 주택단지 내 방 11개짜리 집에 산다. 코스가 어려운 메달리스트에서 선수들은 내기를 겸한 연습라운드를 많이 한다. 조던이 지은 그로브23에도 선수가 많다. 전통의 세미놀과 최근 지은 아포지트 골프장도 선수들 아지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소유인 트럼프 내셔널 GC 주피터도 훌륭하지만 다른 클럽에 비하면 평범하다. 이런 골프장은 프라이빗 코스이고 입구에 묵직한 바리케이드를 쳐놨다.

중앙일보가 ‘골프의 메이저리그’를 찾아갑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부터 디 오픈 챔피언십까지 25개 대회 현장을 찾아가 생생한 뉴스 및 분석과 이면의 깊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 중앙일보 플러스’를 통해 ‘PGA 투어의 낮과 밤’ 시리즈도 함께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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