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Health&] “여기저기 병원 쇼핑보다 믿을 수 있는 동네 주치의 두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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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째 한자리에서 동네 의원 지켜
당뇨·고혈압 관리 분야 1등급 평가
교육·왕진 등 환자 중심으로 활동해
창신2동 주민인 김명권(가명·61)씨는 고혈압·당뇨병 복합 질환자다. 다행히 고혈압은 약을 먹은 후 줄곧 안정세다. 문제는 당뇨병이었다. 약을 먹어도 혈당 수치가 조절이 잘 안 돼 저혈당이 온 적도 수차례. 동네 정가정의원에서 본격적으로 질환 관리를 받으면서 차츰 달라졌다. 주기적으로 혈액·소변 검사를 받아 당뇨병 지표를 점검하고 약 종류를 바꿨다. 질환 관리에 유익한 식습관과 운동법도 따로 교육받았다. 김씨는 “15년 이상 다닌 이곳에서 병을 종합적으로 관리해 준 덕분에 이젠 안정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항상 꼼꼼하게 상담해 주는 선생님들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웃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오래된 골목에는 25년째 터 잡은 정가정의원이 있다. 이곳의 정명관 원장은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동네 주치의로 통한다. 감기·피부병·위장관염·방광염 같은 급성 질환 치료부터 고혈압·당뇨병·천식·우울증·치매·골다공증 같은 만성질환을 두루 진료한다. 예방접종이나 금연 치료, 건강검진 상담 같은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을 위한 의료서비스도 그의 몫이다.
그렇다고 전문성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가정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2023년)에서 고혈압·당뇨병·천식·만성 폐쇄성 폐 질환 분야 모두 1등급을 받았다. 1등급 의원이란 지속적인 외래 진료를 독려하고,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게 하며,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검사를 적절히 받도록 유도해 질병의 급격한 악화와 입원 방지에 큰 도움을 준 의료기관이란 뜻이다. 지난 11일 정가정의원 진료실에서 정명관 원장을 만났다.

정명관 정가정의원 원장은 노쇠하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 꾸준히 방문 진료 활동을 한다. 지미연 객원기자
- 대기실에 환자가 많다.
- “대부분 병원 가까이 사는 동네 환자들이다. 할머니·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가족이 모두 함께 다니는 경우가 많다. 가족력과 과거력을 알고 있으면 만성질환이나 알레르기 질환을 진료할 때 매번 초진처럼 많이 검사할 필요가 없다. 예방접종도 누락될 일이 없어 좋다.”
- 만성질환 진료를 잘 보는 비결은 뭔가.
- “기본적으로 최신 진료지침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새로 업데이트된 내용은 없는지 공부하고, 새로 나온 약도 잘 익혀둔다. 질환 관리에 필요한 검사는 꼭 하는 편이다. 대학병원과 달리 동네 의원에선 가끔 검사를 잘 받지 않으려는 환자들이 있다. 환자와 라포르(친밀도)를 잘 유지해야 의사를 믿고 따른다. 환자와 관계 형성을 잘하고, 가급적 진료지침에 맞게 진료하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 환자 교육 프로그램도 따로 있나.
- “만성질환이 약만 먹는다고 낫는 병이 아니다. 생활습관 개선이 따라줘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보건소 등의 협조로 전문가가 와서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실제 진료받는 의원의 의사와 간호사가 참여하고 여기에 영양사, 운동처방사가 동참하는 강의라 환자들의 집중도가 높고 교육 효과도 좋은 편이다.”
정 원장은 병원의 점심 휴게 시간이나 진료를 끝낸 퇴근 시간을 활용해 왕진을 나간다. 요즘 같은 시대에 서울 한복판에서 왕진 가는 의사도 있나 싶지만, 한 달에 평균 5~10건 방문 진료 일정을 소화한다.

정 원장의 왕진 전용 가방은 청진기, 체온계, 혈압계, 혈당계, 각종 약물 등으로 가득 차 묵직하다. 지미연 객원기자
- 왕진은 어떨 때 가나.
- “꼬박꼬박 진료실에 오던 환자가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항암 치료를 받느라 쇠약해졌을 때 요청하면 왕진 가방을 챙겨 집으로 찾아간다. 근 손실을 겪는 노쇠한 고령 환자나 치매 환자, 수술 받은 직후라 이동이 어려운 경우, 산모, 장애인 등 대상자는 다양하다. 평소 병원에서 하던 진료를 그대로 하기 때문에 진료의 연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낯선 의료진이 아닌 주치의가 가다 보니 환자·보호자 모두 안심하고 진료를 맡긴다.”
- 주치의가 있으면 뭐가 좋은가.
- “환자는 병의원 여기저기에 가서 정보를 구하는 것이 도움되는 듯싶겠지만, 사실 잘못된 길로 가는 사례가 꽤 많다. 주치의를 두면 흩어져 있는 건강 정보를 한 곳으로 모아 전문가와 함께 건강과 질병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다. 과잉·중복 진료를 막는 데도 도움된다.”
진료를 마친 김씨가 병원 문을 나서려는데, 간호사가 환자의 발길을 잡았다. “다음 주에 환자 교육을 하니 꼭 참석하시라”는 당부가 이어졌고, 망설이던 환자는 한참 설명을 듣곤 “알겠다”고 응했다. 동네 의원은 환자가 아프면 가장 먼저, 가장 자주 이용하는 보건의료의 근간이다. 질병보다 환자에 좀 더 초점을 둔 의료 현장이기도 하다. 정 원장은 “일차의료기관은 미디어에 나오는 중증외상센터처럼 멋있거나 드라마틱한 모습은 없을지 몰라도 의사의 관심이 환자를 오랜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중병으로 진행하는 걸 막는 데 있다”며 “그러니 신뢰할 수 있는 단골 의사, 즉 주치의를 꼭 두라고 권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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