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발레 '지젤' 주역 데뷔 이유림·임선우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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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발레 걸작이자 스테디셀러인 '지젤'은 시골 처녀 지젤과 왕자 알브레히트의 사랑 이야기다. 둘은 첫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알브레히트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젤은 상실감에 빠져 죽고, 알브레히트는 지젤의 무덤 앞에서 참회한다.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발랄한 1막과 지젤의 죽음 후 비통함으로 가득 찬 2막의 감정 격차는 무용수들에게 늘 어려운 숙제다.

다음 달 낭만발레 ‘지젤’ 무대에서 주인공으로 데뷔하는 유니버설발레단 임선우(왼쪽), 이유림 무용수(오른쪽)가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다음 달 18일 개막하는 '지젤'에서 주인공 지젤과 왕자 알브레히트로 데뷔하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솔리스트 이유림(28)과 임선우(26)를 지난 19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나 그 어려움에 대해 들었다.
임선우는 "알브레히트는 처음에는 예쁜 여자를 향한 가벼운 호감으로 지젤을 대하다가, 2막에서야 진짜 사랑을 깨닫는 인물"이라며 "그 감정 흐름을 관객이 공감하도록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고 했다. "유령이 된 후에도 자신을 지켜주는 지젤을 보며 '나쁜 남자' 알브레히트가 뒤늦게 참회하는 2막이 진짜 사랑의 시작"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라 바야데르'의 니키아 등 굵직한 작품의 주역을 맡아 호평을 받은 이유림에게도 지젤은 "유독 어려운 작품"이다. "입장과 퇴장을 반복하는 다른 작품과 달리 퇴장 없이 무대 위에 남아있는 시간이 길어 감정의 이음새를 매끄럽게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고 그는 말했다.

지난해 겨울 '호두까기인형'에서 왕자와 클라라를 연기 중인 임선우(왼쪽), 이유림 무용수. 다음 달 개막하는 '지젤'은 두 무용수가 주인공으로 호흡을 맞추는 두 번째 작품이다. 사진 유니버설발레단
극의 하이라이트로는 두 사람 모두 '매드씬'을 꼽았다. 알브레히트로부터 배신을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젤이 정신을 잃는 '매드씬'은 여성 무용수의 연기력을 평가하는 바로미터다. 이유림은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감정을 쏟아내야 하는 장면이라 버거울 때도 있다"고 했지만 임선우는 "연습실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표현력이 뛰어난 무용수"라며 파트너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지젤이 미쳐서 정신을 잃는 와중에도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지던 때의 동작을 되풀이하거든요. 그런 지젤을 보면서 관객들이 '얼마나 순수하게 사랑했으면 저럴까', '불쌍해 죽겠다'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이유림)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이유림은 지난해 '라 바야데르'에서 무희 니키아를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사진 유니버설발레단
임선우에게도 '지젤'은 큰 도전이다. 그에게 5년 전 정강이뼈 부상을 가져온 앙트르샤 시스(제자리에서 공중으로 뛰어올라 두 다리를 앞뒤로 빠르게 교차하는 동작)를 이 작품에서 여러 번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공연이 있었어요. 파랑새 역을 맡아 앙트르샤를 뛰었는데…3년 동안 엄두도 못 냈거든요. 준비 동작만 해도 다쳤던 그 날이 떠올라서요. 그래도 작년에 투어를 하면서 무섭다는 생각은 많이 이겨냈어요. 다시 뛰어야죠."

유니버설발레단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서 파랑새를 연기 중인 임선우. 임선우는 ″파랑새를 연습하며 부상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다″고 했다. 사진 유니버설발레단
2010년 국내 초연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주인공 빌리로 무대 위를 날아올랐던 11살 소년 임선우는 2017년 전 세계 발레 영재들의 등용문인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8위로 입상했고 이듬해 선화예고 졸업과 동시에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하며 승승장구했다. 그에게 부상이 찾아온 것은 2020년. 21살의 그가 드미솔리스트로 승급한 직후였다.
임선우는 "춤이 너무 추고 싶어서 정강이뼈가 완전히 붙지 않았는데도 1년 반 만에 복귀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쁠리에(무릎을 외회전한 상태로 구부리는 발레 기본 동작)를 하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느껴져 다시 발레를 그만뒀다가 완전히 회복한 것이 2024년. 무용수에게 금 같은 20대 초반의 3년 반이 흐른 후였다.
어떻게 견뎠냐는 질문에 임선우는 "그냥 많이 울었다"고 했다.
"지젤은 쉽지 않은 작품이지만 연습하다가 힘들면 그때를 생각해요. 그때는 얼마나 춤을 추고 싶었는지… '연습하면서 힘든 건 부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렇게 스스로 채찍질하면서 맷집도 생겼고요."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은 다음 달 18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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