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구 서문 시장엔 ‘한숨’, 광주 5ㆍ18민주광장선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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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11시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한 상인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생중계를 보고 있다. 백경서 기자

“나라가 우째될라꼬 이러노”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하자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에선 한숨과 환호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4일 오전 11시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선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헌재의 선고를 지켜보고 있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오전 11시 22분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고 탄핵심판 선고 주문을 읽자 한 상인은 “나라가 우째될라꼬 이러노”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불을 판매하는 상인 이경애(58)씨 “헌재 결론을 받아들이지만, 선거에서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꼴은 못 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이 2022년 4월 당선인 신분으로 찾았던 서문시장 내 칼국숫집은 윤 대통령 사진을 내린 상태였다. 칼국숫집 사장은 “사진을 내리긴 했지만, 사람이 싫어서 그런 건 아니다. 손님들이 얘기하는 게 싫어서 내렸다. 개인적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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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한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탄핵반대 집회에서 지지자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면 결정 속이 시원했다” 

반면 중구 동성로에서는 같은 시각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탄핵 찬성 단체 대구시국회의는 이날 동성로에 대형 TV를 설치해 2000여명이 함께 헌재의 선고를 생중계로 시청했다. 최종 인용 선고가 나오자 시민들은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며 함성을 질렀다. 김모(38)씨는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계엄 선포로 몇 달 동안 온 나라가 혼란에 휩싸였는데 만장일치로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는 장면을 보니 속이 시원했다”고 했다.

광주광역시 5·18민주광장에서는 만세 삼창이 울려 퍼졌다. 이날 광장에선 시민 1000여명 모여 탄핵 선고를 생중계로 지켜봤다. 문 대행이 대통령 파면 주문을 읽자 환호가 터져져 나왔다.

시민들은 “우리가 승리했다”며 만세 삼창을 외친 뒤 눈물 흘리며 기뻐하거나 부둥켜안았다. 광주시민단체로 구성된 광주비상행동은 기자회견 열고 “우리가 이겼다. 민주주의가 독재의 망령을 물리치고 또 한 번 승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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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오전 대구 중구 동성로에 모여있던 시민들이 윤 대통령 파면이 선고되자 기뻐하고 있다. 뉴스1

"위대한 국민의 승리" 

광장에서 시민들과 선고를 지켜본 강기정 광주시장 “위대한 시민이 해냈다. 가장 위헌적인 내란 세력을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막아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담화문을 통해 “헌법을 수호하고 정의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한뜻으로 힘을 모아주신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이 다수인 부산에서도 대통령 파면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법학을 전공한 박모(45)씨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절차적 요건뿐 아니라 실체적 요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헌법재판소가 이 부분을 면밀하게 잘 들여다보고 파면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35)씨는 “탄핵에다 산불까지 겹쳐서 경제가 엉망인데 윤 대통령 파면으로 정치적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살아나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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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이 발표된 4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생방송으로 탄핵심판 선고를 지켜본 시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 2심 무죄 인정 못 해" 

전교조 부산지부를 비롯해 윤석열 퇴진 집회를 열어왔던 부산비상행동은 성명서를 내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켜낸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인용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대전에 만난 안중기씨는 윤 대통령 파면 결정에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민주주의 만세"라며 재판관 전원의 인용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또 다른 시민 김남수씨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건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심에서 무죄를 받을 건 인정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의 외가인 강릉에서 사는 최모(58)씨는 "대통령이 파면되는 건 국가 차원에서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비상계엄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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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탄핵이 인용되자 기뻐하고 있다. 뉴스1

"국정 빠르게 안정되는 방향으로" 

춘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45)씨는 “나라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이라 소비 심리가 위축돼 12월 이후 힘든 상황이 지속해왔다”며 “더는 버티기가 힘들다. 파면 결정이 난 만큼 국정이 빠르게 안정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1시 22분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탄핵심판 선고 주문을 읽었다. 파면의 효력은 즉시 발생해 이를 기점으로 윤 대통령은 직위를 잃었다.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때로부터 122일 만, 지난해 12월 14일 탄핵소추안이 접수된 때로부터 111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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