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관세 전쟁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 '제조 ·판매' 전략 다시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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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체들은 앞다퉈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한편, 관세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토요타 등 한국과 일본 기업은 국내 고용을 줄이는 방안을 두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토요타는 2027년까지 전기차 15종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기차 생산 거점을 일본 뿐 아니라 미국과 아르헨티나 등으로 확대한 점이 특징이다.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세계 경제가 블록화로 향하는 가운데 토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분산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국내 생산 물량 감소 불가피 기로에 선 현대차·토요타

토요타의 공급망은 전반적으로 재조정될 전망이다. 토요타의 이번 발표에선 해외 생산 거점으로 이전하는 물량이 전기차에 국한돼 있지만, 관세 여파가 장기화되면 하이브리드차 등 다른 차종에 대한 생산 거점 이전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토요타는 지난해 미국에서 233만대의 차량을 판매했는데 일본에서 미국으로 수출한 차량은 20%에 해당하는 53만대에 달한다. 관세를 피하기 위해선 현지 생산을 늘릴 수 밖에 없다.

토요타가 해외 생산 거점을 다변화 할수록 그동안 토요타가 지켜온 일본 내 300만대 생산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토요타는 중소기업을 포함해 일본에서 총 6만 곳에 달하는 거래처와 협력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 내 300만대 생산은 고용유지는 물론 자동차 산업 공급망 유지, 제조 기술 확보를 유지하기 위한 마지 노선으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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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오카현 렉서스 미야타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모습. 도요타는 2015년 북미공장에서 생산하던 렉서스 SUV 물량 일부를 국내로 돌렸다. 사진 렉서스

현대차그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약 171만 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이 가운데 약 100만 대는 국내 사업장에서 생산해 수출한 물량이다. 관세 여파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 확대가 필수적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현지 생산 확대를 위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량을 50만 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현대차·기아 뿐 아니라 제네시스 일부 물량까지 생산할 계획이 발표되면서 현대차 노조에서는 국내 사업장 일자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장 현대차는 고용 감소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생산 물량을 조정하면 인력 재배치가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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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족 보행 로봇 '스팟'이 자동차 모양을 갖추고 자율주행 운반 로봇(AGV)으로 이동 중인 차체에 접근해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었다. 사진은 사족보행 로봇 '스팟'이 검수하는 장면. 사진 현대차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것으로 한꺼번에 (수출 물량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쿼터제식으로라도 일부 관세를 유예하는 등의 협상을 지속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진했던 유럽 시장 다시 공략하는 현대차

공급망 조정 뿐 아니라 판매 전략도 새롭게 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부진했던 유럽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또 지난해 상장한 인도 시장에서도 국민차의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현대차·기아는 유럽과 인도에서 각각 106만대, 86만대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판매량(171만대)를 뛰어 넘는 규모다. 유럽의 경우 전년 대비 판매량이 4% 가량 줄었지만 올해는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수요 회복이 예상되는 만큼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 판매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에 이어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을 출시하고, 기아는 유럽 준중형 전기 세단 EV4를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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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서울모빌리티쇼' 기아관 'EV 라인업 존'에 전시된 EV4. 사진 기아

현대차그룹은 유럽 외에 인도 시장에도 공들이고 있다. 지난해 인도 증시에 상장해 넉넉한 투자 자금을 확보한 만큼 올해는 인도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에는 인도 국민차로 불리는 소형 SUV 크레타를 전기차 버전으로 출시하며 친환경차 시장에도 새롭게 진출했다. 현대차는 현지 전략 차종 크레타 EV를 앞세워 인도 전역에 600개의 고속 충전소를 설치해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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