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뭘 해도 위헌·기각 가능성…이완규 막을 '뾰족수' 못찾는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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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이완규 법제처장과 보수성향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에게 적잖은 충격을 던졌다. 대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해석은 유·불리가 엇갈리지만, 헌법재판소라의 구성 변화는 중장기적 악재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9일 민주당과 그 주변은 ‘이완규 쇼크’ 대응책 마련을 위해 분주했다. 그러나 기대를 모을 법한 확실한 대책은 찾지 못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3일 제주특별자치도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77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가운데는 김창범 제주 4.3 희생자 유족회장. 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대통령의 궐위 또는 직무정지시 3명의 헌법재판관에 대한 대통령의 지명권을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일방처리했다. 이 법안에는 ‘국회와 대법원이 선출하거나 지명한 재판관에 대해 대통령은 7일 이내에 임명을 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임명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과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으면 기존 재판관이 당분간 직무를 계속 수행케 하게 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민주당은 이 법안을 한 대행이 이미 지명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고법 부장판사에게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부칙도 뒀다.
이 법안은 곧바로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나 대법원장 몫 헌번재판관이라고 해도 7일이 지나면 임명을 간주한다는 것은 대통령의 헌법상 임명권 침해해 위헌이고, 후임자가 미임명시 전임자의 임기를 연장하는 것 헌법상 임기(6년) 조항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권한대행의 임명 행위를 차단하는 것도 국회가 교착 상태일 경우 헌재 구성이 장기간 표류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손인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한 대행의 이번 임명이 월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권한의 한계를 헌재법으로 제한하는 건 법체계적으로 맞지 않다”며 “7일 후 임명 간주 조항도 위헌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 대행이 이를 근거로 거부권을 행사하면 민주당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우원식 “청문 요청 안 받아”…학계는 “불가능”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8일 고심 끝에 꺼낸 대응책은 “인사청문회 요청을 접수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헌법재판관은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임명할 수 있는데 인사청문회법엔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때에는 국회의장이 즉시 본회의에 보고한다’(6조 1항)고 규정돼 있다.
“접수받지 않겠다”는 건 ‘제출’의 의미를 넓게 해석해 나온 해법이다. 국회 관계자는 9일 통화에서 “국회가 권한대행의 요청안 자체를 접수하지 않을 경우, 제출이 안 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우 의장의 ‘수리’절차가 없었으니, 공식적으로 접수 된 게 아니라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계에선 인사청문회법 상 ‘제출’의 의미에 대해 “수리 행위가 필수적인 건 아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전학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출의 의미는 국회의 접수 등을 포함한 절차를 규정한 게 아니라, 의장이 즉시 본회의에 보고하라는 의무적 규정”며 “반려한다고 법적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회에 접수 권한까지 있다고 해석하게 되면 사실상 대통령 인사권에 대해 거부권을 주는 셈”이라며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말 그대로 제출 즉시 의장에겐 본회의에 보고할 의무가 생긴다는 것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는 ‘인사청문 요청안이 제출되면 20일 이내 심사를 마쳐야 한다’(6조 2항). 기간 내 청문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를 송부해 달라고 요청’(6조 3항)한 후 ‘국회가 송부하지 않은 경우 임명할 수 있다’(6조 4항). 결국 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된 지 30일 정도가 지나면 인사 청문회 개최 여부나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무관하게 임명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민주당은 국회의장실과 조율해 국회를 주체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면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도 낼 계획이다. 이재명 전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행의 임명은 반(反)헌법적이며, 법률상 무효인 행위는 특별한 조치 없이 무효다”며 “임명을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또한 기각 또는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국회 선출 몫과 달리 대통령 몫의 지명권 행사이기 때문에 국회가 권한이 침해된 당사자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호선 국민대학교 법과대학장은 “민주당이든 국회든 청구의 주체가 되기 힘들다. 인사 청문 권한이 침해됐다고 할 수도 없고 그 외의 권한들도 침해 당했다고 주장하기 어렵다”며 “본안 소송이 기각될 것이 명백하기에 가처분 신청 역시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한 대행을 다시 탄핵 소추해 직무정지하는 방법이 유일한 저지 방법”(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이란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탄핵 된 후 대행의 대행이 임명하면 끝이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지도부 관계자)는 이유로 신중한 분위기다.
한편 이완규 법제처장과 관련된 논란이 조기 대선 국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당내 분위기도 있다. 여러 차례 대선을 경험해 본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안가 회동에 참석했던 이 처장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안 좋다”며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가 이어지면 대선 승리 측면에선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완규 법제처장이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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