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관세폭탄 맞서자" 뭉친 중남미 33개국…中, 그 틈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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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단결해야 합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9일(현지시간) 중남미·카리브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전쟁에 맞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남미 경제 대국 브라질과 멕시코는 이날 별도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무역 거래 강화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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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왼쪽)과 멕시코 셰인바움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온두라스에서 열린 CELAC 정상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간 정치적 이념, 경제적 이해관계 차이로 좀처럼 하나가 되기 어려웠던 중남미는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란 공통의 외부 도전에 직면해 단합을 강조하며 활로를 찾는 모양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에서 열린 이번 정상회의엔 중남미 11개국 정상을 포함해 33개 회원국 대표단이 참석했다. CELAC은 2010년 설립된 중남미 최대 연합체다.

이번 정상회의의 핵심 주제는 단연 트럼프발 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이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역사는 우리에게 무역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는 걸 가르쳐 준다"며 "국제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며 물가를 상승시키는 관세와 강대국 간 분열 한복판에 놓일 위험 앞에서 우리는 무관심을 버리고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글로벌 무역 환경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은 단결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CELAC 회원국들이 서로를 도와야 한다"며 "각자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함정에 빠지지 말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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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온두라스에서 열린 CELAC 정상회의. 로이터=연합뉴스

의장국인 온두라스의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도 "세계가 재편되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린 더는 따로 걸어갈 수 없다"며 "미국은 어느 나라가 뒤처져 있는지 보지 않은 채 경제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룰라 대통령은 셰인바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브라질과 멕시코 양국 정부와 기업 간의 정기적인 회의를 촉진해 양국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대한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AP통신은 "그럼에도 미국의 많은 무역 상대국들과 동맹국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다른 신뢰할 수 있는 무역 정책의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미국의 뒷마당'이라고 불려온 중남미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과의 관계가 점차 얼어붙고 있다. 트럼프의 반이민정책과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둘러싼 갈등 등의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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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열린 CELAC 정상회의에 모인 정상들. 로이터=연합뉴스

이 틈을 타 미국과 관세 전쟁 중인 중국은 중남미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당장 중국은 이날 CELAC 정상회의에 대표단을 보냈으며, 다음 달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중국·CELAC 장관급 회의를 열 예정이다. 또 중국은 브라질·페루·칠레 등에서 미국을 제치고 최대 무역 파트너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페루의 국제관계 분석가인 프란시스코 벨라운데는 AFP통신에 "중국은 중남미에서 계속해서 영향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미 정부가 (중국에)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이제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보이고 싶어 할 것이고, 트럼프가 초래한 혼란 상황을 이용하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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