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국에 퍼붓는 트럼프…중국 AI에 도움되는 엔비디아 수출은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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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AI) 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H20 칩 중국 수출 제한 계획을 철회했다. 상호관세 부과 유예 대상에서 중국만 제외하는 등, ‘오직 중국 때리기’에 혈안인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인공지능(AI)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칩 판매는 허용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한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 반도체 기업은 미국과 중국 사이를 줄타기 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9일(현지시간) 미국 공영방송 NPR에 따르면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 사저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한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H20 칩 수출 제한 계획을 철회했다. 황 CEO는 이 자리에서 미국 내 AI 데이터 센터에 대한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H20은 현재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 통제 규정 내에서 중국이 구매 가능할 수 있는 최고 성능의 AI 칩이다. 가장 최신 블랙웰 칩에는 못 미치지만, 딥시크도 이 제품을 사용할 정도로 충분한 성능을 자랑한다. 알리바바·텐센트·바이트댄스 등 중국 기술 대기업들은 올해 1~3월 사이 약 160억 달러(23조5000억원) 규모의 H20을 주문하기도 했다.

당초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H20은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었다. 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도 딥시크가 사용하는 H20의 대중수출을 규제하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요구해왔고, 이번 주 중 해당 규제의 시행은 예고돼 있었다. 그러나 젠슨황의 마러라고 방문이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동맹국엔 엄격한 트럼프, 중국 의존 큰 자국기업 ‘숨통’ 틔워줘

지난해 엔비디아 전체 매출에서 중국 비중은 20% 이상이나 된다. 수출이 막히면 실적에 큰 타격을 입는다. 엔비디아와 마찬가지로 적지 않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중국 때리기로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관세율을 125%까지 높이며 옥죄면서도 자국 기업 숨통은 조금씩 열어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한국 반도체 기업도 분주해졌다. 미국은 최근 중국의 화웨이와 우회 거래를 해온 TSMC에 벌금 부과를 검토하는 등 동맹국 기업에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트럼프의 눈치도 봐야 하지만, 반도체 공급망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쉽지 않다.

전날 삼성전자는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와 위챗 등에 “삼성 파운드리가 중국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중국 현지 보도에 대해 해명에 나선 것.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삼성 파운드리 고객사 중 하나인 푸저우 록칩 일렉트로닉스도 지난 8일 “한국 기업과의 협력은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TSMC 등 대만 업체들과 협력 강화에 나섰다.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전날 대만 출장길에 나섰다. 재계 관계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와 함께 대만 반도체 기업들을 만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와 올 하반기 양산을 앞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개발 중인 가운데 이뤄진 출장이다.

HBM4는 AI 메모리반도체 주도권 싸움의 승부처로 꼽히며 엔비디아가 주요 고객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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