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사제지간 탁구 부자 “올림픽 금, 함께 이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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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는 탁구 국가대표 오준성(왼쪽)과 오상은 감독. 대표팀과 집에서 한솥밥을 먹는 사제지간이자 부자지간이다. 김현동 기자

“상상만 해도 뭉클하죠. 아들이 그 꿈을 이뤄준다면.” 한때 한국 탁구의 대들보였던 1977년생 아버지는 못 이룬 꿈 하나가 있다. 올림픽 금메달. 올림픽에서 은·동메달은 거머쥐었지만, 끝내 금메달 없이 선수 생활을 마쳤다. 그 꿈을 대신 이루려는 2006년생 아들의 도전에 부자는 의기투합했다.

한국 탁구 남자대표팀의 오상은(48) 감독과 오준성(19) 선수를 지난 8일 진천선수촌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대표팀에서도 집에서도 한솥밥을 먹는 사제간이자 부자간이다. 오준성은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부터 태극마크를 달았고, 오 감독이 지난 1월 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인터뷰는 지난달 인도에서 열린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스타 컨텐더 첸나이 얘기로 시작했다. 오준성은 이 대회 남자단식 정상을 차지하며 명실상부 한국 남자탁구의 차세대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우승 기념으로 머리를 염색했다는 오준성은 “우승하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더 큰 무대에서도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담담하게 말하는 아들과 달리 아버지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오 감독은 “준성이가 어릴 때부터 유망주 소리는 들어도 ‘누구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이번 우승이 그러한 꼬리표를 떼고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웃었다.

오 감독은 선수 시절 올림픽 무대에만 네 차례 섰다.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은 일일이 꼽을 수도 없다. 국내 최고 권위의 종합선수권에서 역대 최다인 6차례 우승했다. 1m86㎝ 큰 키와 파워, 저돌적 플레이로 상대를 윽박질렀다.

탁구 스타 선수의 아들치고 오준성의 탁구 입문은 이른 편이 아니다. 평범한 소년으로 자랐던 그는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자연스레 탁구 채를 잡았다. 아버지로부터 탁구 DNA를 물려받은 덕분에 엘리트 선수로 급성장했다. 그는 “원래는 축구랑 스케이트를 좋아했다. 아버지도 탁구를 억지로 시키실 생각은 없으셨다. 사실 아버지 탁구는 내가 흉내 낼 수도 없는 수준이라 남 얘기였다”며 “우연히 동네 연습장에서 탁구를 치는데 묘한 쾌감을 느꼈다. 타격감이었다. 그 느낌 때문에 선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 다르다. 축구를 예로 들면, 아버지가 스트라이커라면 아들은 미드필더다. 오준성은 공수를 안정적으로 차분하게 풀어간다. 오 감독과 함께 선수 시절을 보낸 주세혁(45) 대한항공 탁구팀 감독은 “오 감독은 유럽 선수에도 힘에서 뒤지지 않았다. 쉽게 막을 수 없는 장신 공격수였다. 반면 (오)준성이는 안정적으로 플레이한다. 100% 수비형은 아니지만, 상대 범실을 유도하는 영리한 선수”라고 소개했다. 주 감독 평가와 관련해 오준성은 “성격 차이가 아닐까 싶다. 내가 좀 소심한 편이다.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치킨도 양념과 프라이드 사이에서 늘 고민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오 감독과 오준성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2028 LA올림픽을 바라본다. 오 감독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단체전 동메달을, 2012 런던올림픽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따냈다. 금메달을 목에 걸어보지 못하고 탁구 채를 내려놨다.

오준성은 “올림픽 금메달은 탁구를 시작하면서부터 품었던 오랜 꿈이다. 아버지에게 꼭 금메달을 선물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오 감독은 “상상만 해도 뭉클하다. 메달을 딸 그 날만 그리며 준성이가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잘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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