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후기 삭제좀…" 수상한 서울시 정장 대여 업체,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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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전경.

서울시 면접용 정장 지원 사업인 ‘취업날개’에 참여한 한 업체가 미선정 지점까지 동원해 예산을 지원받아 서울시가 제재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수백 건의 위반사항이 확인됐다”며 “절차에 맞게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취업날개는 서울에 거주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면접용 정장을 무료로 빌려주는 사업이다. 면접 확인서를 제출하는 등 요건을 갖추면 1인당 연간 최대 10회까지 대여할 수 있는데, 예산이 조기 소진될 정도로 수요가 많다. 서울시는 올해 21억23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총 5만5000명이 10회씩 이용 가능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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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들이 취업날개 서비스 매장에서 면접용 정장을 입어보고 있다. 사진 서울시

문제는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A 업체가 서울시와 제휴를 맺지 않은 미선정 지점까지 활용해 실적을 부풀린 뒤 예산을 과도하게 수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취업날개 예산은 1분기부터 3분기까지는 이용 실적만큼 배분되고, 4분기는 3분기 실적을 토대로 미리 업체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집행한다.

업계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A 업체는 2023년부터 4개 지점이 서울시와 제휴를 맺고 취업날개 사업에 참여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서울시의회가 ‘전체 제휴 지점이 13개인데 한 업체 소속 4개 지점에 대해 사업권을 주는 건 과하다’는 취지로 지적했고, 시가 받아들이며 올해는 2개 지점만 취업날개 사업 제휴 매장으로 지정됐다. 특정 업체에 예산이 쏠리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 A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9곳의 매출을 토대로 계산했을 때, A 업체가 2023년 받아간 돈은 전체 예산의 약 42%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올해에도 자사 홈페이지나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전 지점 (취업날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고 홍보하며 이용 방법을 문의하는 고객들에게 “공식 선정 지점으로 신청하고 해당 (미승인) 지점을 방문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에게 “다른 곳에는 말하지 말아달라”고 설득하고, 이용한 사람들이 후기 등을 작성하면 “공식적인 서비스는 아니고 급한 고객들에게만 편의 차원에서 제공한 것이다. 글을 내려주면 카페 금액권을 주겠다”고 회유하며 실제로 대가를 지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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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취업날개 서비스에 참여하며 비제휴 지점을 이용해 매출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는 업체가 이용자에게 보낸 문자. 사진 독자

이를 알게 된 다른 제휴 업체들이 항의하자 서울시는 지난 7월 운영업체들에 “최근 일부 운영 기관이 시의 승인 없이 미선정된 지점에서 대여행위를 하는 등 부당한 사업 수행이 발견되어 시정조치했다. 반복될 경우 사업 수행의 일시정지 또는 협약의 해지, 보조금 교부결정 취소 및 반환 등의 불이익 조치할 예정이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A업체는 “급한 이용자들에 한해 예외적으로 제공한 서비스였고, 시정조치 이후에는 유사한 행위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200여 건의 부당행위를 확인해 시정조치를 완료했고, 시정조치 이후에도 유사한 행위가 반복됐다는 점이 확인되면 추가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사업 담당자는 “경위를 조사하고 검토 중에 있고, 양측 주장 역시 모두 듣고 있다”며 “목적이나 결과, 위반 정도 등을 면밀히 검토해 제재 정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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