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악성 미분양' 2.8만 가구, 연중 최대…지방에만 85% 쌓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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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대구 서구의 한 아파트에 '1억 이상 파격 할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전국 미분양 주택이 지난달 말 기준 6만9069가구로, 2월 이후 8개월 만에 7만 가구에 다시 육박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2만8080가구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쌓였다. 고강도의 부동산 대책에도 수도권 쏠림이 심화하며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이 줄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28일 발표한 10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9069가구로, 한 달 전(6만6762가구)보다 3.5%(2307가구) 늘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 2월 7만 가구(7만61가구)를 넘어선 후 3월부터 차츰 줄기 시작했지만 8월부터 다시 늘고 있다. 미분양 주택은 지역별로 지방이 5만1518가구로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 수도권은 1만7551가구다. 다만 지난달엔 수도권에서 미분양 주택이 14.3%(2200가구) 늘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달 말 기준 2만8080가구로, 9월(2만7248가구) 대비 3.1%(832가구)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53.4%(9773가구) 급증하는 등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2월 악성 미분양 직매입에 나서기도 했지만 좀처럼 줄지 않는 모습이다.

김주원 기자
악성 미분양도 지방 물량이 2만3733가구로 전체의 85%를 차지한다. 지역별로 충남이 2146가구로 한 달 새 54.1% 급증했고, 제주(20.2%), 강원(12%), 경북(9.7%) 순으로 늘었다.
지방 집값이 좀처럼 오르지 않으니 매매가 활발하지 않고,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이 계속 쌓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변동률(1월6일~11월24일·주간 집계 기준)은 서울지역 아파트가 평균 7.68% 올랐고, 수도권은 2.69% 올랐지만 지방은 –1.25%로 오히려 집값이 떨어졌다.
지난달 충남 천안시에서 분양한 ‘천안 휴먼빌 퍼스트시티’는 1222가구 모집에 72명만 신청해 1순위 경쟁률이 0.06대 1에 불과했다. 부산 동래구 ‘해링턴플레이스 명륜역’(0.40대 1), 부산 사상구 ‘더파크 비스타동원’(0.09대 1), 경북 김천 ‘김천혁신도시 동일하이빌 파크레인’(0.47대 1), 전남 여수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여수’(0.11대 1) 등도 줄줄이 미달이 났다. 지난달 지방에선 대전 ‘도룡자이 라피크’(15.9대 1)가 유일하게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6·27, 10·15 부동산 대책 등 시장 규제가 강화되고 나선 수도권에서도 청약 미달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경기 평택시에서 분양에 나선 ‘브레인시티 비스타동원’은 1577가구 모집에 26명이 신청해 1순위 경쟁률이 0.02대 1에 그쳤다. 파주시 ‘운정 아이파크 시티’(0.46대 1),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역 수자인 로이센트’(0.72대 1), 양주시 ‘회천중앙역 파라곤’(0.17대 1) 등도 흥행에 실패했다.
반면 서울은 대부분 완판 행진이다. 동작구 ‘힐스테이트 이수역 센트럴’은 76가구 모집에 2만4800명 이상이 접수해 326.7대 1의 1순위 경쟁률을 기록했고, 서초구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은 230가구에 5만4600여 개의 청약통장이 접수돼 237.5대 1을 기록했다.

김주원 기자
김선아 리얼하우스 분양분석팀장은 “대출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세 차익이 확실한 '똘똘한 한 채'로 쏠림이 더 심해지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거래가 위축돼 지방과 수도권뿐 아니라 수도권 내에서도 분양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의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83.6대 1이었지만, 경기도는 2.7대 1에 그치며 약 30배 차이를 보였다.
수도권 수주가 많은 대형 건설사는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지방 건설업계는 악성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깊다. 준공 후 미분양은 건설사에 직접 재무 부담으로 작용해 부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폐업 신고를 한 종합건설사는 486곳으로 전년 동기(435건)보다 11.7% 증가했다. 4년 전 동기(226건)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많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LH가 직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한계가 있다”며 “민간 시장에서 해결되게끔 민간·법인이 아파트 대상으로도 임대사업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단기 민간임대주택 제도를 재도입했지만 비아파트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고 교수는 “취득세·종부세 등 세제 혜택을 주되 연간 임대료 상한을 두면 된다”며 “미분양을 털어내야 중견 건설사도 살고, 수도권 전월세 시장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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