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홍콩 화재 참사에 커지는 시민 분노…中통치력, 시험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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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화재가 완전히 진압된 홍콩 북부 타이포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의 창문이 대부분 깨지거나 녹아내려 사라져 있다. 연합뉴스
홍콩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참사 사상자 수가 늘어가자 안전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당국을 향한 시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홍콩은 1997년 중국에 주권이 반환된 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따라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받은 특별행정구(SAR)이지만, 중국 중앙정부의 통제 강화로 자치권은 약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00명 넘는 사망자를 낸 이번 참사로 중국 당국의 통치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디언은 "홍콩 주민 사이에서는 화재 원인과 관련해 분노가 커지고 있으며, 특히 치솟는 집값으로 재난에 취약한 밀집된 고층 아파트에 살아야 하는 홍콩의 주거 불안을 건드렸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하는 지역 중 하나인 홍콩에서 건물 안전 시스템이 이러한 취약성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이번 재난이 부패와 책임회피의 결과가 아닌지 질문을 던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민들은 지난해 7월 시작된 이 아파트의 외부 보수 공사와 관련해 화재 위험이 있다며 수차례 당국에 민원을 넣었다. 지난해 9월에는 보호용 그물망의 가연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으나, 홍콩 노동부 등은 화재 위험이 비교적 낮다고 답했다고 로이터와 가디언은 전했다.
하지만 28일 오후 화재 진화 완료 후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 내 건물 1곳의 저층부 외부에 설치된 그물망에 처음 불이 붙은 뒤 건물 창문과 문을 둘러싼 스티로폼 패널을 타고 빠르게 번진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오전 10시 44분(현지시간)께 임시 대피소로 쓰이는 홍콩 북부 타이포 퉁 청 시민회관 3층 강당에 화재 피해자들이 매트리스를 깐 잠자리 옆으로 구호물자를 놓아두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중국 관영언론은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가 참사 수습을 위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27일 시 주석이 "희생자와 순직 소방관에 대한 애도의 뜻을 전하고 유가족과 피해 주민에게 위로를 전달하도록 지시했다"며 "홍콩 당국이 전력을 다해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수색, 부상자 치료, 사후 수습 등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홍콩 정부는 각 피해가정에 1만 홍콩달러(약 188만원)의 긴급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며 피해복구 지원을 위해 3억 홍콩달러(약 567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는 아파트 보수공사에 사용된 대나무 비계(건설현장에서 고층 작업을 하기 위해 설치하는 임시 구조물)와 스티로폼 등이 피해를 키웠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사업체가 화재에 취약한 자재를 사용하는 과정에 비리가 있었는지 조사에 나섰다. 대규모 보수공사 중인 아파트단지도 전수조사해 안전 상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홍콩인은 당국이 미흡한 안전관리를 감추려고 홍콩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대나무 비계 탓을 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처럼 당국에 대한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이번 화재는 중국 통치력과 그 정당성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로이터도 이번 화재 참사가 "2019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이후 변화해 온 중국의 홍콩 장악력에 대한 주요 시험대"라며 "대중의 분노가 건설사를 넘어 소방안전·건축물 규제 당국으로까지 확산할 수 있으며, 이번 사건에 대한 광범위하고 공개적인 조사를 요구하는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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