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홍콩 화재 사망자 151명…"비계 덮은 안전망, 방염 기준 미달"

본문

bt9d416dcad6167232ad295dd3dc99b177.jpg

28일(현지시간) 대형 화재가 발생했던 홍콩 북부 타이포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의 건물 외벽 일부가 까맣게 변해버린 모습. 연합뉴스

홍콩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의 사망자가 151명으로 늘었다. 당국은 보수 공사 과정에서 사용된 비계(足場) 안전망 상당수가 방염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시공업체의 ‘안전 불감증’을 정면 비판했다.

홍콩 경찰과 소방당국은 1일 기자회견에서 “오후 4시 기준 공식 사망자는 151명으로 집계됐다”며 “수십 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라 희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화재 사고임을 고려하면 일부 실종자는 시신을 찾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6일 홍콩 신계(新界) 다이포 지역 32층 아파트 단지 ‘왕 푹 코트’ 7개 동을 휩쓸었던 불은 43시간 만에 진화됐다. 당시 건물 외벽은 외부 보수 공사를 위해 대나무 비계와 나일론 계열의 가연성 그물망으로 덮여 있었고, 창문도 스티로폼 패널로 막혀 있어 화염이 수직·수평으로 빠르게 번졌다.

bt3ae972f9f22c521dd348bfb5b6066c5b.jpg

28일 오전 10시 44분(현지시간)께 홍콩 북부 타이포 퉁 청 시민회관 3층 강당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서 화재 피해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 정무부총리 에릭 찬은 이날 “왕 푹 코트 비계에서 채취한 안전망 샘플 20개 중 7개가 방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기준 미달 제품이 건물 외곽 고지대 등 접근이 어려운 지점에 집중돼 있었다”며 “시공업체가 감시를 피해 저가의 비규격 제품을 교묘히 섞어 사용한 정황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당국은 업체가 지난 7월 태풍 피해 이후 일부 안전망을 방염 기능이 없는 값싼 제품으로 교체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크리스 탕 보안부 장관도 “불이 꺼진 뒤 접근 가능해진 구역에서 추가 샘플을 확보했고, 기준 미달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btff8b1bf97acb3b767f0dd6fe89aa2a46.jpg

30일 홍콩 타이포 대화재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꽃다발과 글들이 쌓여있다. 홍콩=이도성 특파원

홍콩 경찰은 과실치사 등 혐의로 시공업체 관계자 13명을 체포했으며, 추가 입건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부터 주민들이 “비계와 그물망이 위험하다”고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해 왔다며, 현장 점검에서도 여러 차례 화재 안전 규정 준수 경고를 했던 사실을 공개했다.

이번 참사로 최소 수천 명이 거주지를 잃었으며, 생존자를 위한 기부금은 이날 기준 약 9억 홍콩달러(약 1700억 원)에 달했다. 왕 푹 코트 인근 임시 추모소에는 희생자를 기리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1,972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