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내 기업, 보안 투자 형편없어” 이찬진 금감원장, 고강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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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잇따르는 금융보안 사고와 관련해 “국내 기업의 보안 투자 수준이 형편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쿠팡·업비트·롯데카드 등에서 벌어진 개인정보 유출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한국의 기업 보안 시스템 투자 수준은 미국은 비교할 것도 없고 다른 나라에 비해 형편없다”며 “보안이 뚫리면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보안·제재 수준을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정도로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금감원이 최근 증권사의 해외 투자 적절성을 두고 특별점검을 나선 것과 관련해 이 원장은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투자를 직접적으로 규제한다는 차원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죽하면 청년들이 해외 투자를 하겠느냐 하는 것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정서적으로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최근 금감원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해 은행 5곳에 총 2조원의 과징금·과태료 부과를 사전 통지했다. 이 원장은 “과징금 확정 전까지는 위험가중자산(RWA) 반영을 유예하는 등 모험자본 공급에 영향이 없도록 금융위와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사의 경영 승계 절차를 두고도 이 원장은 쓴소리를 했다. “금융지주사 이사회 구성의 불균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며 “지배구조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특정 경영인이 연임하려고 이사회에 들러리를 세우는 것을 견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생명의 ‘일탈 회계’ 적용을 3년 만에 중단하기로 한 결정과 관련해 이 원장은 “회계처리 변경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급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1980∼90년대 판매한 유배당보험 상품의 보험료로 삼성전자 지분(8.51%)을 매입해 보유해 왔다.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이를 자본으로 볼지, 보험 부채로 분류하고 삼성전자 지분 매각 계획을 마련해야 할지 논란이 있었다. 당시 금감원은 회계기준의 ‘일탈 조항’을 근거로 예외를 허용했는데, 이번에 입장을 바꿨다. 이날 금감원과 한국회계기준원은 생명보험사의 일탈 회계 허용 여부에 대해 “더는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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