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토부 “명일동 땅꺼짐, 터널공사·노후 하수관 누수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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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4일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발생한 지름 22m, 깊이 16m의 대형 땅 꺼짐 현장 모습. [뉴시스]

약한 지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연달아 진행한 지하 터널 공사가 서울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형 ‘땅 꺼짐’ 사고로 이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3일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의 명일동 땅 꺼짐 사고 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3월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지름 22m, 깊이 16m의 대형 땅 꺼짐 사고가 발생해 3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지고, 승용차 운전자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조위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설계·시공 과정에서 확인하지 못한 지반의 구조적인 취약점을 꼽았다. 박인준(한서대 토목공학과 교수) 사조위원장은 “현장 조사와 드론 촬영 분석 결과, 땅 꺼짐이 발생한 지반에서 3개의 불연속면을 발견됐다”며 “지반이 서로 어긋나면서 형성된 대규모의 쐐기형(역삼각형 모양) 토체(많은 양의 토양)가 지하수위 저하와 하수관 누수로 미끄러지듯 쌓였고, 그 결과 설계 하중을 초과하는 외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땅 꺼짐이 발생한 도로는 지하철 9호선 연장 사업 1공구 건설 현장 위쪽이다. 사고 당시 지하에서는 터널 굴착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사조위는 다만 이에 앞서 세종-포천 고속도로 터널 공사 탓에 지하수위가 크게 내려간 것이 땅 꺼짐 사고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통상 도로 3m 아래 지하수가 흐르고, 이는 토양의 응집력을 강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터널 공사를 하게 되면 배수(排水)공법을 통해 물을 빼내게 돼 지반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장 인근의 노후 하수관에서 장기간 누수가 발생한 점도 지반 약화에 한몫했다. 2022년 하수관 실태 조사가 이뤄졌지만, 당시 균열·이음부 단차 등에 대한 보수는 진행되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선진국에선 도심지 터널 공사 시 배수 공법을 쓰지 않는다”며 “구조적으로 지반이 취약한 자연 재해적인 측면도 있지만, 한계가 뚜렷한 공법으로 터널 공사를 한 점에선 ‘인재’”라고 지적했다. 사고의 책임 소재는 추후 수사기관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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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사람 잡는’ 대규모 땅 꺼짐이 빈발하고 있지만, 이런 사고를 일으키는 지하 공동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국토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에 따르면 2018년 338건에 달했던 땅 꺼짐 발생 건수는 2024년 101건, 올해 1~11월 169건으로 잦아들었다. 대신 사고 규모가 커지면서 인명 피해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 이후 땅 꺼짐으로 인해 5명이 사망했는데, 그중 4명은 2022년 이후 발생한 사고로 숨졌다. 올해만 2명이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서울시의 지하 공동 조사는 지표면에서 3m까지만 파악해 ‘껍질만 보는 상황’”이라며 “지질 조사를 면밀히 하고, 비용이 들더라도 비배수터널(TBM) 등 지하수 유출을 막는 방법으로 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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