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은 “부동산에 쏠린 가계빚, 기업에 10%만 돌려도 성장률 0.2%P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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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쏠린 가계 빚이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킨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가계 빚으로 묶인 돈을 기업에 흐르게 한다면,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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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연합뉴스

9일 한국은행과 한국금융학회가 공동 주최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공개된 ‘생산 부문으로의 자금 흐름 전환과 성장 활력’ 보고서의 내용이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빚)의 규모를 지난해 말 기준 90.1%에서 80.1%로 낮추고, 이를 기업 부문에 흘러가게 한다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이 약 0.2%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이 전망한 내년 성장률 1.8%를 기준으로 보면, 빚의 배분 구조만 달라져도 2% 성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장은 “생산과 연관도가 낮은 가계 빚과 달리, 기업의 빚은 투자 확대와 생산성 제고를 통해 성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외부자금 의존도 높은 산업,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생산성이 높은 기업에 흘러갈 때 성장률이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분석 결과 기업 투자율이 1%포인트 증가할 때 노동생산성은 최대 0.077%포인트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동산·건설업에서 늘린 빚은 경제성장률과 생산성 증가에 기여하지 못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별 비교(1975년부터 2024년까지 43개국 자료)에서도 같은 양상이 확인됐다. 가계신용과 기업신용을 합친 민간신용 규모가 같아도, 기업으로 배분된 신용의 비중이 높을수록 장기 성장률이 뚜렷하게 개선됐다.

한국의 가계 빚은 지난해 기준 GDP 대비 90.1%로, 미국(69.2%)ㆍ영국(76.3%)ㆍ일본(65.1%) 등 주요국과 비교해 높다. 특히 민간신용의 49.7%인 1932조5000억원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 서울 집값 상승이 이어지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쏠림이 다른 국가보다 훨씬 크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잠재성장률(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경제 성장 체력)은 2000년대 초 5%에서 최근 2% 내외로 낮아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현재의 추세대로면 (잠재성장률이) 2040년대에는 0%대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급속한 저출생·고령화로 노동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를 완충할 기업의 투자와 생산성 혁신은 미진했고, 자원이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한 영향도 컸다”고 짚었다.

한은은 ▶금융사에 대한 기업대출 인센티브 ▶중소·신생기업 신용 평가 인프라 구축 ▶자본 투자·벤처캐피탈 활성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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