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지난해 일자리 증가율 0.2% '역대 최저', AI 영향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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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늘어난 일자리 수가 역대 최저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증가한 일자리도 대부분 단기 노인 일자리였다. 양질의 대기업 일자리는 2년 연속 감소했다. 인공지능(AI)을 통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금융·보험업에서 고용이 특히 많이 줄었다.
11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일자리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일자리 수는 2671만 개로 1년 전보다 6만 개(0.2%) 증가했다. 2021년(3.5%)을 정점으로 2022년(3.4%), 2023년(0.8%), 2024년(0.2%) 등 해가 갈수록 낮아지는 모습이다.
이 통계에서 말하는 ‘일자리’는 근로자가 점유한 고용 위치를 의미한다. 통계상 ‘취업자’와는 다른 개념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주중에는 회사에 다니고 주말에는 학원 강사로 일한다면 취업자는 1명이지만 일자리는 2개로 집계된다. 이러한 일자리 수의 증가 폭이 줄었다는 것은, 사라진 일자리는 많았던 반면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그만큼 충분히 늘지 못했다는 뜻이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일자리는 442만6000개로, 1년 전보다 8만7000개 감소했다. 대기업 고용은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줄어들며 감소 폭이 더 커졌다.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중소기업 일자리도 1만 개 줄었는데,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반면 비영리기업 일자리는 15만 개 늘었다. 비영리기업의 증가는 국가가 추진하는 돌봄 서비스 확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종별로는 금융·보험업 일자리가 94만 9000개로, 전년 대비 큰 폭(5만6000개)으로 감소했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금융·보험업은 비대면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된 분야로, AI의 영향이 일부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건설 경기 부진의 여파로 건설업 일자리도 5만 8000개 줄었다. 운수·창고업(-5만 6000개)과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2만 9000개) 역시 감소세를 보였다. 그 빈자리는 국가 주도 돌봄 서비스를 중심으로 보건업·사회복지 일자리가 13만3000개 늘어 메웠다. 제조업 일자리도 4만5000개 증가했다.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박람회에서 어르신들이 참가업체 모집요강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연령별로 보면 60대(15만 개), 70대 이상(15만 개), 50대(6만 개), 30대(2만 개)에서 일자리가 증가한 반면, 40대(-17만 개)와 20대 이하(-16만 개)에서는 감소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돌봄 등 노인 일자리는 확대된 반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청년층의 양질의 일자리는 감소했다. 경제 활력 둔화를 시사하는 신호가 뚜렷했다.
특히 20대 일자리는 2023년(-8만 개)에 이어 2024년(-15만 개)까지 2년 연속 감소하며 부진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신규 일자리가 충분히 늘지 않다 보니 청년층의 취업이 더욱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9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올해 10~11월 전국 4년제 대학의 4학년 재학생 및 졸업자(유예·예정 포함) 24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취업 인식도 조사 결과 10명 중 6명은 구직 활동을 하고 있지만 취업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 '소극적 구직(60.5%)' 상태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 대다수가 ‘일자리가 부족해서(51.8%)’라고 응답했는데, 통계로도 확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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