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도가 11일 노르웨이 오슬로의 한 호텔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변장, 그리고 목숨을 건 항해…. 노벨 평화상 수상을 위해 자국을 탈출한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8)의 여정이 영화를 방불케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차도는 지난 8일 1년 넘게 숨어 지내던 카라카스 외곽 은신처에서 가발 변장으로 신원을 숨긴 채 빠져나왔다. 이후 측근들과 함께 10시간가량 차량으로 해안 도시까지 이동했고, 그 과정에서 군 검문소 10개를 무사히 통과했다. 자정 무렵에야 작은 목조 어선을 타고 카리브해 섬 퀴라소로 향할 수 있었다.

차준홍 기자

하지만 항해는 순탄치 않았다. 강풍과 거친 파도로 속도가 크게 늦춰졌다. 게다가 최근 몇 달간 미국의 마약 밀수 의심 선박 폭격이 이어진 터라, 마차도 측은 출항 직전 미군과 조율해야 했다. 실제 항해 당시 미 해군 F-18 전투기 2대가 베네수엘라만 상공을 40분간 선회한 것을 확인했다고 WSJ는 전했다.

퀴라소에서 전용기 탑승해 이동. [AFP=연합뉴스]

마차도는 은신처를 떠난 지 사흘 만에 퀴라소에 도착했고, 미국에 있는 지인이 마련해 준 전용기를 타고 오슬로로 향했다. 그는 출국 직전 남긴 음성 메시지에서 “나를 돕기 위해 너무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었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마차도는 11일 오전 오슬로에 도착한 뒤 한 호텔에서 11개월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노르웨이 의회를 찾은 그는 귀국 시점에 대해 함구한 채 “마두로 정권은 내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했다. 적절한 때가 오면 이 노벨평화상을 베네수엘라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노르웨이 총리를 만난 자리에선 “베네수엘라는 지금 러시아·이란 요원과 마약 카르텔 의해 범죄의 온상이 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