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본토 취약하게 만든다"…中군사력 경계 속 수위 조절 나선 美,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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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2025년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군의 전력 증강이 “미국 본토를 갈수록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동시에 군 대 군 소통 채널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처음 작성된 해당 보고서를 놓고 중국 위협은 위협대로 인식하되, 관계 안정화에도 공을 들이겠다는 미 정부 현재 기조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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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중국 전승전 열병식에서 둥펑(DF)-31이 지나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미 국방부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군의 2027년 목표를 “대만에 대한 ‘전략적 결정적 승리’, 핵 등 전략 영역에서 미국에 대한 ‘전략적 상쇄’, 역내 국가에 대한 ‘전략적 억제와 통제’”로 정리했다. 2027년 말까지 대만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자체 능력과 외부 환경을 조성해놓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중국이 상륙전·화력타격·해상봉쇄를 축으로 전쟁 시나리오를 계속 다듬고 있다고 보고서는 명시했다. 특히 2024년에는 중국군이 해상·지상 표적 타격, 태평양의 미군 타격, 핵심 항만 접근 차단 등 필수 요소를 시험하는 훈련을 했다고도 분석했다.

미군을 직접 겨냥한 거리도 구체적으로 담았다. 중국의 타격이 중국 본토로부터 1500~2000해리(약 2800~3700㎞) 범위까지 뻗을 수 있고, 공격이 충분한 물량으로 이뤄지면 아시아·태평양 역내에서 미군의 존재를 심각하게 도전하거나 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미 본토를 위협하고 동맹의 억제 구도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는 핵 분야에서 드러난다. 보고서는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이 2024년에도 600여 기에 머물렀고 이는 이전 몇 년보다 생산 속도가 느려졌음을 반영한다”고 적었다. 다만 대규모 확장은 계속되고 있어 2030년까지 1000기 이상을 보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조기경보 반격 역량을 키우려 한다는 점도 짚었다. 위성 등을 활용해 미사일 경보를 받고 1차 타격을 받기 전 반격 발사에 나서는 능력이다. 관련 근거로는 중국이 3개 사일로(지하 격납고) 지대에 둥펑(DF)-31급 ICBM 100기 이상을 실제 장전하고 있을 가능성을 들었다. 미 국방부가 사일로 안에 들어있는 중국의 ICBM 규모를 숫자로 구체화해 평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미국이 중국 핵 증강의 다음 단계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중국 해군력에서도 양적 팽창이 언급됐다. 보고서는 중국 해군이 2024년 5월 3번째 항공모함 푸젠(福建)함의 첫 해상시험을 마쳤고, 2035년까지 항모 6척을 추가 생산해 모두 9척 체제를 목표로 한다고 봤다. 미 해군이 보유한 항공모함 11척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수치다.

사이버 영역은 미 본토의 취약성을 노리는 사례로 거론됐다. 사이버 첩보 작전으로 미국의 핵심 인프라에 침투해 유사시 미군 작전을 교란할 능력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정부의 후원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킹 그룹 ‘볼트 타이푼’의 경우 2024년 미 상하수도 시스템 등 핵심 인프라에 침투했던 적이 있다.

미 국방부는 이번에 중국의 위협을 다루면서도 중국을 향한 메시지에선 수위를 낮췄다. 모두 100쪽으로 전년도 182쪽보다 분량을 크게 줄인 올해 보고서는 서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에서 미·중 관계는 지난 수년보다 탄탄하며 전쟁부(국방부)는 이 진전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밖에 “군 대 군 소통 채널을 넓혀 미국의 평화적 의도를 분명히 전할 다른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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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이난 싼야에서 열린 항공모함 푸젠함 취역식. 사진 중국중앙방송(CC-TV) 캡처

이 같은 기조는 전년도 보고서와도 대비된다. 2024년판은 중국을 미국의 최우선 도전 요소로 꼽고 중국의 국제질서 재편 의도를 부각했다. 톰 카라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 프로젝트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예년보다 군사 하드웨어(전력) 세부 내용이 줄었고, 미·중 관계 개선과 군 대 군 협력에 대한 강조가 의외”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이번 보고서가 중국의 군사적 야망에 대해 전반적으로 더 온전한 어조를 띠고 있다”고 봤다.

중국 매체 역시 이 지점을 주목했다. 중국 매체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해당 보고서가 중국 군사력의 확장을 부각하고 미국 본토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는 불안감을 조장하면서도 양국 관계의 견고성을 강조하는 모순적 서사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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