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생존경쟁' 송성문, '교통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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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입단하는 송성문(29)이 내년 시즌 치열한 '생존 경쟁'을 준비한다.

환영 메시지 앞에서 샌디에이고 유니폼 상의를 입고 포즈를 취한 송성문. 사진 키움 히어로즈
샌디에이고 구단은 지난 23일(한국시간) "한국인 내야수 송성문과 4년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22일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에 나와 MLB 문을 두드린 송성문은 지난 19일 메디컬테스트를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튿날부터 현지에서 "송성문과 샌디에이고가 입단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했고, 곧 입단이 공식화했다.
샌디에이고는 송성문과의 계약 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AP와 ESPN 등 미국 미디어는 "4년 총액 1500만 달러(약 222억원)에 사인했다"고 보도했다. 3년 뒤 선수 옵션(400만 달러)과 4년 뒤 상호 옵션(바이아웃 100만 달러)이 포함된 계약이다. 송성문은 귀국 인터뷰에서 "현지 언론 기사에 나온 그대로 계약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포함하지 않았다"며 "몇 년 전만 해도 내가 미국에 갈 수 있을 거라고는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내 기준엔 '100점짜리 계약'이다"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송성문에게 관심을 보인 구단은 총 5개 팀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중 샌디에이고가 예전부터 가장 꾸준하게 관심을 보여줬고, 계약할 때도 많이 배려해줬다.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감도 불어넣어줬다"며 "에이전트와 상의하면서 마음을 굳혔다. 샌디에이고에서 뛰었던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선배 덕에 나도 좋은 계약을 했다"고 설명했다.

계약서에 서명하고 샌디에이고 관계자와 악수하는 송성문(왼쪽). 사진 키움 히어로즈
샌디에이고는 3루수 매니 마차도, 유격수 잰더 보가츠, 2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 등 '올스타 내야진'을 보유한 팀이다. 송성문이 당장 이들을 제치고 주전 자리를 꿰찰 가능성은 크지 않다. 송성문 역시 "MLB 현역 로스터(26명) 진입"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한동안 '면제'였던 주전 경쟁을 더 크고 낯선 무대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송성문의 아내도 축하 인사와 함께 "앞으로 전쟁을 치를 텐데, 고생이 많겠다"며 걱정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MLB는 최고의 리그라 어느 팀에서 뛰더라도 경쟁이 불가피하다. 좋은 선수들과 뛰게 됐으니 잘 배우고 잘 준비하겠다"며 "김하성 선배가 샌디에이고에서 그랬듯, 나도 경쟁을 이겨내도 동료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성장하고 싶다.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자주 타석에 서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샌디에이고 홈구장 앞에 선 송성문. 사진 키움 히어로즈
샌디에이고는 공·수·주를 두루 갖춘 송성문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교통정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구단은 "송성문의 활용 방안은 A.J. 프렐러 단장의 선수단 구성이 마무리돼야 명확해질 것"이라며 "그는 벤치에서 여러 포지션을 맡는 유틸리티 백업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30대 중반 베테랑인 3루수 마차도와 유격수 보가츠가 휴식하거나 지명타자로 나갈 때, 송성문이 이들의 빈자리를 채워 체력을 안배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주전 2루수 크로넨워스가 1루수 또는 유격수로 옮긴 뒤 송성문이 2루를 맡을 수도 있다.
프렐러 단장은 "지난 2년간 지켜본 송성문은 매우 생산성이 높은 선수였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성문은 "내가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2루수뿐 아니라 여러 포지션에서 뛸 수 있게 준비하겠다"며 "당분간 국내에서 개인 훈련을 할 텐데, (팀 내 입지 강화를 위해) 다양한 포지션의 수비 훈련을 할 생각"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샌디에이고 홈구장에 선 송성문. 사진 키움 히어로즈
한편 송성문을 떠나보낸 키움은 최소 300만 달러(약 44억원)의 이적료를 챙기고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2023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는데, 올 시즌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WAR·스탯티즈 기준)가 8.58에 달하는 송성문마저 전력에서 빠졌다. 공격과 수비 모두 그의 공백을 메울 마땅한 대체자가 보이지 않아 다음 시즌 전망이 더 어둡다. 프로 구단으로서 최소한의 경기력이 보장될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2027년 KBO리그가 최초로 도입 예정인 구단별 '보수 총액 하한선'을 채우는 것도 쉽지 않다. 올해 키움의 상위 40명 합계 연봉은 43억9756만원으로 9위 NC 다이노스(89억4777만원)의 절반도 안 됐다. 키움이 '제재금' 성격의 유소년 발전 기금(1회 미달시 미달분의 30%, 2회시 50%, 3회시 100%)을 내지 않으려면, 2027년 상위 40명 합계 연봉 총액이 60억6538억원을 넘겨야 한다.
키움은 지난 8월 송성문과 6년 총액 120억원에 비 자유계약선수(FA) 다년 계약을 해 간신히 커트라인을 통과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가 MLB 진출에 성공하면서 이 계약은 무효가 됐다. 키움 입장에선 내년 시즌 이후 거액의 외부 FA 영입 등 여러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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