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축구 선수서 스포츠 행정가로…그 뒤엔 체육진흥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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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체육인재양성프로그램을 수료한 뒤 대한축구협회에 근무 중인 오제연 유스축구팀 매니저. 여자축구 선수 출신인 그는 스포츠 행정가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간 끝에 꿈을 이뤘다. 사진 국민체육진흥공단

대한축구협회 유스축구팀 소속으로 초중고리그를 담당하는 오제연(24·사진) 매니저는 선수 출신으로 실무행정가로 변신한 이색 이력의 소유자다. 제주조천중을 거쳐 충남인터넷고에서 여자축구 엘리트 선수로 뛰다 고3 즈음에 축구화를 벗었다.

인생의 항로는 갑작스런 계기로 바뀌었다. 고2때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WK리그(여자프로축구리그)에 진출해도 소수의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환경이 열악하고 은퇴 이후 비전도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오직 축구 하나만 바라보고 청소년기를 보낸 그에게 선배들이 들려준 냉엄한 현실 이야기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혔다.

고심 끝에 선수를 그만두기로 결정했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까지 버릴 순 없었다. ‘스포츠 행정가가 돼 운동선수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이후 운동에 대한 열정을 공부 쪽으로 급히 치환했다. 동료 선수들이 잠든 시간에 MP3 플레이어의 약한 불빛에 의지해 공부하며 몇 달을 더 버티다 결국 축구부 문을 나섰다.

이후엔 상대팀과 선수가 아니라 자신과 치열하게 싸웠다. 독하게 공부에 매달린 끝에 6등급이던 내신을 2등급까지 끌어올려 대학에 진학했다. 영어 실력을 키우고 싶어 영국 브리스톨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그는 “연수 기간 중 선수 이력을 살려 지역 여성축구팀 산하 유소년팀 코치로 일했다”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보람도 얻고 영어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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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체육인재양성프로그램을 수료한 뒤 대한축구협회에 근무 중인 오제연 유스축구팀 매니저. 여자축구 선수 출신인 그는 스포츠 행정가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간 끝에 꿈을 이뤘다. 사진 국민체육진흥공단

그렇게 차근차근 꿈에 다가서던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건 서울올림픽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하형주)이 운영하는 체육인재양성프로그램이다.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하는 예비인재과정, 타 분야 전문 인력의 이직을 지원하는 행정인재과정·산업인재과정 등 총 3개의 주요 과정 아래 13개 세부 과정을 운영 중이다.

오 매니저가 이수한 예비인재과정은 데이터, 영상, 미디어 등 분석 위주의 영역을 가르치는 예비행정인재과정과 기획 및 프로세스, 공문 및 보고서 작성, 프레젠테이션 등 실무 중심의 예비산업인재과정으로 나뉜다. 공통적으로 인턴십, 진로탐색특강, 네트워킹 등의 프로그램을 추가 제공한다. 전문성을 높인 교육과 인턴십을 통해 취업 가능성을 높이는 게 해당 과정의 목표다.

오 매니저는 2개월 코스의 예비산업인재 교육 과정을 이수한 뒤 성적우수자에 주어지는 4개월 간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해 실무 경험을 쌓았다. 스포츠마케팅 대행사에 인턴으로 입사해 스포츠 이벤트 대행, 마케팅, 교재 번역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인턴십 기간 중 월급 100%를 공단이 지원하기 때문에 취업 허들도 낮다.

체육인재양성사업에 참여해 인턴 과정까지 수료한 인원 중 최종적으로 취업에 성공한 이의 비율은 최근 3년을 기준으로 72.4%(58명 중 42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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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체육인재양성프로그램을 수료한 뒤 대한축구협회에 근무 중인 오제연 유스축구팀 매니저. 여자축구 선수 출신인 그는 스포츠 행정가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간 끝에 꿈을 이뤘다. 사진 국민체육진흥공단

‘멘토 선배’ 역할로 최근 체육인재양성프로그램 수강생들과 마주했다는 오 매니저는 “교육 과정 중 제안서 작성이나 시장 현황 분석 등 ‘악’ 소리 나게 힘든 과제들이 이어졌지만, 돌이켜보면 현장 적응력을 키울 좋은 기회였다”면서 “여러 후배들에게 ‘각자 몸담고 싶은 직장에서 당장 적용 가능한 수준의 완성도 있는 기획안을 만든다는 각오로 덤벼들라’는 조언을 해줬다”고 말했다.

체육진흥공단에서 체육인재양성사업 관련 실무를 담당하는 이준 대리는 “매년 치열한 경쟁을 거쳐 수준 높은 인원이 참여한다. 대학에서 배울 수 없는 실무 위주의 교육 과정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수자에 대한 스포츠 관련 기업 및 기관의 선호도도 높은 편”이라면서 “K-스포츠의 미래 성장을 견인할 차세대 리더를 육성한다는 목표의식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선순환 인재 육성 구조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오 매니저는 기계체조를 했던 아버지와 배드민턴 선수 출신 어머니 슬하에서 ‘스포츠 가족’으로 성장했다. 수영 선수로 출발했지만 훈련 도중 손가락을 크게 다쳐 그만뒀다. 손을 쓰지 않는 다른 운동을 찾던 중 초등학생 시절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재밌게 하던 기억을 떠올려 축구에 입문했다. “돌이켜보면 어려서부터 스포츠와 끈끈하게 연결된 삶을 살았다”면서 “장래 희망을 고민할 때도 스포츠를 떼어놓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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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체육인재양성프로그램을 수료한 뒤 대한축구협회에 근무 중인 오제연 유스축구팀 매니저. 여자축구 선수 출신인 그는 스포츠 행정가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간 끝에 꿈을 이뤘다. 사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어 “신중한 고민 끝에 축구를 그만두던 무렵 ‘운동을 계속할 친구들보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각오를 수없이 다졌다”면서 “아직은 계약직 신분이지만, 대한민국 축구 시스템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축구협회에 몸담은 만큼 주어진 위치와 역할 안에서 축구 발전을 이끌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오제연 매니저의 최종 목표는 흥미롭게도 축구팀 구단주가 되는 것이다. 작더라도 체계를 갖춘 팀을 만들고 구단주가 되어 신나게 일하는 꿈을 꾼다. “열심히 갈고 닦은 어학 실력을 활용해 아시아축구연맹(AFC)이나 국제축구연맹(FIFA) 같은 조직에서도 일해보고 싶다”고 언급한 그는 “매일 훈련과 경기에만 몰두하던 축구선수가 행정가로 진로를 바꾸고,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며 차근차근 성장해가는 과정이 스스로도 신기하다. ‘성공사례’로 최종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진지하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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