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다큐 영화 '잊혀진 대통령 김영삼의 개혁시대'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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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나를 죽일 수는 있어도 민주주의를 죽일 수는 없다.”
한 시대를 관통했던 문장이 다시 관객 앞에 놓인다. 그리고 그 문장들을 남긴 이름, 김영삼이 2026년 1월 28일 다큐멘터리 영화 〈잊혀진 대통령 김영삼의 개혁시대〉로 다시 극장에 소환된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초기 약 90%에 달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국민의 기대 속에 출발했지만, 퇴임 후에는 역대 최하위 수준의 평가를 남기며 오랫동안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질문과 함께 기억되어 왔다. 영화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김영삼은 실패한 대통령인가?”라는 물음은 단순한 역사 평가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무엇을 잊고 살아왔는지를 되묻는 장치로 확장된다.

영화는 김영삼의 개혁이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의 사회와 다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을 전면에 놓는다. 12·3 비상계엄과 연관된 장성들의 배제가 ‘하나회 해체’를 떠올리게 하는 가운데, 관객은 자연스럽게 김영삼이 선택했던 ‘개혁의 방식’과 ‘결단의 순간’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역사는 지나간 기록이 아니라, 반복되며 되돌아오는 질문이라는 사실을 영화는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밀어붙인다.

김영삼은 집권 이후 하나회 숙청을 단행하며 32년 군부독재의 잔재를 청산했고, 금융실명제를 통해 경제민주화의 시작을 열었다. 공직자 재산 공개로 부정부패 척결의 기준을 세웠고, 5.18 특별법으로 역사를 바로 세우려 했다. 지방자치제 공고화와 OECD 가입은 대한민국이 제도적으로 ‘선진국 진입’의 문턱을 넘어서는 상징이 됐다. 그리고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법 단죄는 국가가 결코 넘어갈 수 없던 선을 정면으로 넘은 사건으로 남았다. 조선총독부 철거는 오랜 울분을 ‘사이다처럼’ 해소했던 기억으로 많은 국민의 마음속에 새겨졌다.

이 영화가 2026년에 다시 김영삼을 부르는 이유는 단순한 추모가 아니다. 2025년의 현실은 김영삼을 더욱 자주 불러내고 있다. 재개발 과정에서 불거진 종묘 사유화 논란이 조선총독부 철거를 떠올리게 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과 관련한 결심 공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이 과거 전두환·노태우가 재판을 받았던 장소라는 사실은, 한 시대의 결단이 오늘에도 여전히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또렷하게 만든다. 지금의 질문들이 과거의 결단으로 이어지고, 그 결단은 다시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정치권에서도 김영삼은 연일 소환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식에는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으며,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대독한 추도사를 통해 “김영삼 정부는 대한민국을 국민소득 1만 달러의 경제 강국으로 도약시켰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두 축이 조화를 이루는 현대 국가의 기틀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어 “대도무문(大道無門). 바른 길에는 거칠 것이 없다던 대통령의 말씀을 다시금 마음에 새긴다”고 전했다. 천하람 국회의원은 김영삼을 “현 시대에 빗대면 상남자, 테토남 같은 분”이라고 표현하며, 김영삼을 잘 모르는 세대에게도 인물의 결을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여야를 막론한 언급도 이어진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은 김대중·김영삼 장점만 합성한 인물 같다”고 평가했고, 조국혁신당 조국 당대표는 “독재·쿠데타·불의에 맞서 싸운 김영삼의 정치”를 강조하며 김영삼의 정신을 언급했다. 영화 국회 시사회를 주관한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척결 등 민주화와 개혁의 상징적 조치들은 청년 시절 큰 울림을 줬다”며 “이번 영화를 통해 ‘잊혀진 대통령’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연출을 맡은 이재진 감독은 김영삼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지금까지 단 한 편도 없었다는 사실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고 말한다. 그는 이 영화가 김영삼의 전 생애를 요약한 연대기가 아니라, 여러 층위로 나뉜 김영삼의 얼굴 중에서도 ‘개혁가 김영삼’을 정면으로 다룬 첫 번째 조각이라고 설명한다.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는 말처럼,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가야 할 슬기로운 성장과 발전, 화합과 공존공영의 길을 모색하려는 의도로 제작했다”는 그의 말은, 이 영화가 단지 과거를 정리하는 작품이 아니라 현재를 묻는 작품임을 보여준다.

〈잊혀진 대통령 김영삼의 개혁시대〉는 ‘기억되지 않으면 없다’는 문장을 스스로 증명하듯, 잊혀진 이름을 다시 불러낸다. 그리고 관객에게 묻는다.

우리는 지금, 어떤 개혁을 원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개혁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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