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천 도가니' 원장 영향력 어떻길래…"압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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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입소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인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의 시설장 A씨가 지역 복지시설협회장을 역임하는 등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등을 지원하는 단체는 A씨가 이 같은 영향력이나 인맥을 활용해 미리 수사에 대비하거나 증거를 감췄을 우려도 있는 만큼, 신속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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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군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전경. 변민철 기자

20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입소자 17명과 퇴소자 2명 등 19명의 여성 장애인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의혹을 받는 A씨는 지난 2008년부터 색동원을 운영하면서 지역 복지사업이나 시설 관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지난 2022년 1월엔 인천장애인복지시설협회 협회장으로 취임했고,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등기이사로도 활동했다. 해당 협회는 회비와 국고보조금, 자체 사업 수익 등으로 장애인복지시설 지원 사업을 주로 수행한다. 전국에 있는 장애인복지시설 중 938곳(인천 53곳)이 속해 있다. 지역 협회장직에 오른 A씨는 여러 간담회 자리에 참석하며 장애인 복지 정책 관련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인천의 한 복지시설 관계자는 “협회장직을 맡으면 관내 복지 담당 공무원, 복지 사업·시설 관련 인사, 정치인 등을 두루 만나며 여러 정보를 먼저 접하게 된다”며 “A씨는 재력가인데다 (색동원) 법인 이사장직도 겸하고 있어 시설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큰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초 신고자인 피해자 B씨 측은 A씨의 이런 영향력을 의식해 성폭행 신고를 관할 인천경찰청이 아닌 서울경찰청에 했다. 당시 B씨는 색동원을 퇴소한 상태였는데, 지역 정보를 잘 아는 A씨가 신고 사실을 듣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했다고 한다. 지난 3월 B씨를 통해 처음 관련 신고를 접수한 서울경찰청도 외부에 신고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장애인단체와 성폭력상담소 등으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 따르면, B씨 퇴소 직후부터 A씨가 미리 강제 수사 등에 대비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여럿 나타났다고 한다.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공대위 한 관계자는 “피해자 C씨는 마지막으로 성적 학대를 당한 시점을 지난해 겨울쯤이라고 설명했다. C씨 진술대로라면 마지막 범행 시점이 B씨가 퇴소한 시점과 어느정도 일치한다. 신고 당한 사실을 직접 알지는 못했더라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며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해자 분리 조치를 위해 색동원 압수수색 현장에 동행한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설 관계자들은 놀란 기색 하나 없이 마치 수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의연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수사 착수 4개월여 만인 지난해 9월 24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피해자 대부분이 피해 사실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이라, 강제수사까지 비교적 긴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A씨가 경찰 수사를 대비했다면 증거를 인멸할 시간은 충분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은 보관 방식마다 차이는 있지만, 디지털 포렌식을 하더라도 삭제 후 수개월이 지난 영상까지 명확히 복원하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우선 입소자 중 4명을 성폭행 피해자로 특정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확인한 ‘인천 강화군 장애인 거주시설(색동원) 입소자 심층조사 보고서’엔 조사에 참여한 장애인이 A씨에게 성폭행 등을 당했다는 내용과 더불어, 시설 관계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진술도 담겼다. 경찰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A씨의 성폭행 혐의와 직원들의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전반적인 부분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전화와 문자에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A씨는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등에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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