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유산 10% 기부땐 상속세 10% 감면…한국형 레거시10 추진 [유산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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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1억원을 기부하기로 결정한 장세정(왼쪽 둘째)씨가 지난 2024년 서울 영등포구 월드비전에서 열린 유산기부 서약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 월드비전

여야가 유산의 10%를 초과해 기부할 경우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한국형 레거시(legacy) 10’ 도입 법안을 공동 추진한다. 유산 기부 활성화로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자는 데 여야가 손을 맞잡은 것이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여야 간사인 정태호(더불어민주당)ㆍ박수영(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중앙일보에 유산기부 제도화를 위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이르면 이달 안에 공동 발의한다고 밝혔다.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입법 토론회도 공동 개최한다. 앞서 20·21대 국회에선 개별 의원입법 형태로 비슷한 법안이 제출된 뒤 임기 만료로 폐기됐지만, 이번 개정안은 여야 협치의 결과여서 통과 가능성이 크다. 이번 개정안은 영국이 2011년 도입한 ‘레거시 10’의 한국판이다. 상속재산(과세가액)의 10% 넘게 기부한 경우 피상속인의 상속세액의 10%를 공제해준다는 게 골자다.

유산기부는 상속인(사망자)이 삶을 마무리할 때 재산 일부를 공익목적으로 사회에 기부하는 것을 말한다. 사후에 재산이 어떻게 쓰일지를 미리 고려한다는 점에서 ‘계획기부’라고도 부른다. 다만 개정안은 대기업 등이 유산기부 제도를 활용해 세액공제를 받는 것을 막기 위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특수관계에 있는 공익법인 등은 기부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치권이 상속세 일부 감면을 통해 유산기부를 활성화하려는 배경엔 한국의 심각한 초고령화 문제가 있다. 국가데이터처 장래인구ㆍ가구추계에 따르면 80세 이상 인구는 올해 약 252만명에서 2036년 414만명으로 증가한다(중위추계 기준). 그에 비례해 고령층 복지에 필요한 예산도 늘고, 젊은층의 부담도 커진다. 유산기부 활성화를 통해 국가 예산과 별도의 사회적 복지 재원이 마련되면 이런 부담을 일정 부분 줄일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유산기부 문화가 확산되고 관련 인식이 높아지면 자녀가 없는 가구나 1인 가구의 유산기부가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자녀 없이 부부로만 구성된 가구 비율은 올해 18.1%에서 10년 뒤 20% 이상으로 늘 전망이며, 전체 가구의 3분의 1 이상(36.1%)인 1인 가구 중 가장 비중이 큰 연령대가 70세 이상(19.8%)이다.

전문가들은 세제 혜택이 기부를 고민 중이거나 뚜렷하게 유산을 물려줄 대상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실질적인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승종 한국세법학회장(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은 “입법을 통해 인센티브가 보장되면 상속세 납세의무자의 선의를 깨울 수 있고, 동시에 개인의 부(富)가 사회의 어느 곳을 비출지 스스로 결정하는 ‘재정 주권’의 효능감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英 ‘레거시 10’ 도입 10년 만에 유산기부 2배로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에 따르면 2011년 레거시 10을 도입한 영국의 유산기부 총액은 시행 첫해인 2012년 23억2000만 파운드(약 4조6069억원)에서 2024년 45억 파운드(약 8조9358억원)로 증가했다. 영국 재무부는 당시 입법 직후 설명자료를 통해 “세수 감소 우려보다 민간 자원을 노숙인 지원, 난민 구호, 장애인 복지 등 정부 손길이 닿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메우는 데 사용하며 얻는 사회적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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