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빙속판 31세, 나이가 ‘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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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동계올림픽 D-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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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가 생명인 스프린터 김준호는 3대 웨이트 트레이닝 운동의 중량 총합이 600㎏에 육박한다. 30대인 그가 엄청난 근력을 자랑하는 비결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다음달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출전을 준비 중인 김준호(31)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보면 그가 몸담은 종목이 스피드 스케이팅인지 역도인지 헷갈린다. 벤치프레스, 스쿼트, 데드리프트 등 웨이트 트레이닝 영상들로 가득해서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운동의 중량 총합(3대 중량)이 500㎏ 이상이면 ‘수준급’이라 인정 받는데, 김준호의 기록은 600㎏에 육박한다. 그는 “피지컬100(피지컬 서바이벌 예능)에 나갔어야 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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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스케이팅 김준호는 초반 100m 구간에 펼치는 폭발적인 스피드가 강점이다. AP=연합뉴스

그의 주 종목은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다. 시속 60㎞로 내달리며 순간적으로 힘을 폭발시켜야 하는 단거리 종목이다. 김준호는 “스프린터에게 파워는 생명과도 같다. 파워가 모자라면 제 장점인 초반 100m 구간의 폭발적인 토크가 안 나온다”며 “파워를 끌어올릴 가장 좋은 방법이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소속팀(강원도청) 트레이너와 수년 간 남들보다 무게를 증량하며 운동하다 보니 (기록이) 계속 올라온 것 같다”고 했다. 허벅지를 포함해 그의 하체는 말 그대로 터질 듯했다.

김준호는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열린 2025~26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 2차 레이스에서 33초78을 기록했다. 한국 신기록을 6년 만에 0.25초 앞당기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내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33.90이다. 그 기록에 도전한다는 의미를 담아 몇 년 전에 정했다”면서 “그보다 (0.12초) 빨리 타서 너무 행복했다”고 했다.

당시 결승선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스케이트 날이 얼음에 걸려 넘어지는 해프닝이 있었다. 그는 “잠깐이나마 기억을 잃었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아팠다. 목에 타박상을 입었다”고 했다. 상체를 숙이면 고개가 제대로 들어지지 않아 정면을 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런데도 그는 일주일 뒤 캐나다에서 열린 2차 대회 1차 레이스에서 33초99로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올 시즌 1~4차 월드컵에서 금 1개, 동 2개를 땄고, 올림픽 메달권이 가능한 33초대를 3차례나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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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디움에 오른 김준호. [AP=연합뉴스]

이승훈 JTBC 해설위원은 “김준호는 갑자기 좋아진 게 아니라 원래 수준 높은 선수였다. 특히나 초반 100m 구간은 톱클래스”라면서 “레이스 막바지에 주로를 바꾸는 3·4번째 코너를 잘 소화한다면 올림픽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선수 자신도 문제점을 명확히 알고 있다. 300m를 지나면 호흡이 가빠지는, 이른바 ‘입질’이 온다. 마지막 코너를 통과한 뒤 300m 이후, 그리고 400m 이후 대시가 관건이다. 월드컵 2차 대회 때 중장거리도 잘 타는 조던 스톨츠(미국)에 0.02초차로 졌던 김준호는 “스톨츠는 마지막 100m 구간에서 속도가 다르다. 올림픽 직전까지 피니시를 보완할 것”이라고 했다.

월드컵 때 PB(개인최고기록·33초78)를 작성한 김준호는 올림픽에 대비해 고강도 훈련을 소화 중이다. 지난 12일 전국체전에서 34초94로 우승했는데, 빙질이 좋지 않은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34초대를 기록한 건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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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군 입대도 미루고 4번째 올림픽에 도전하는 그에겐 ‘불운의 스케이터’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첫 출전한 2014 소치 대회에서 21위에 그쳤고, 2018년 평창에서는 스케이트날이 얼음에 꽂히는 실수로 12위에 머물렀다. 2022 베이징에서는 3위에 0.04초 뒤진 6위로 메달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준호는 “밀라노 올림픽 경기장을 4D로 구현한 VR을 쓰고 활주 훈련을 했다. 이번 올림픽에선 불운을 깨부수며 행운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이어 “메달권 진입이 최우선 과제다. 당연히 금메달을 따고 싶지만, 내 마지막 올림픽인 만큼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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