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고] 저출산 해법, 현금 지원 아닌 사회구조 개선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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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결혼과 출산을 개인의 가치관 변화로만 설명하기에는 현실이 지나치게 가혹하다. 수백조 원의 재정이 투입됐지만 출산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저출산의 원인은 현금 지원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청년들이 안정적인 삶을 설계하기 어려운 사회 구조 전반에 있다.
오늘날 청년 세대의 주거 현실을 상징하는 말은 ‘지옥고’다. 반지하·옥탑방·고시원의 확산은 단순한 주택 문제를 넘어선다. 이는 수도권, 특히 서울로 일자리와 기회가 집중된 결과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으로 지방 아파트 여러 채를 살 수 있는 현실은 자산과 기회의 극단적 편중을 보여준다. 주거 불안은 삶의 출발선을 흔들고, 장기적인 계획을 어렵게 만든다.
기업과 일자리가 서울로 몰리는 현상 역시 구조적이다. 주요 의사결정과 행정 기능이 중앙에 집중된 환경에서 기업은 효율과 접근성을 따라 움직인다. 결정이 이뤄지는 곳으로 기업이 향하고, 기업이 있는 곳으로 청년이 이동하는 흐름은 자연스럽다. 그 결과 지역은 인구와 산업을 동시에 잃고, 청년에게 남는 선택지는 점점 줄어든다.
문제는 그 끝에서 벌어지는 과잉 경쟁이다.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은 청년들을 생존 중심의 삶으로 내몰고, 결혼과 출산은 현실적인 선택지에서 밀려난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어렵다”는 인식은 개인의 태도 문제가 아니라 구조 속에서 형성된 합리적 판단이다. 삶의 안정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해외 사례는 다른 접근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독일은 재정 운영을 분산하고 제도적 조정을 통해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해 왔다. 미국과 영국 역시 지방이 자율성과 책임 아래 지역 특성에 맞는 발전 전략을 추진한다. 이는 제도의 방향에 따라 개인의 삶의 조건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저출산 해법의 핵심은 출산 장려금의 확대가 아니라 삶의 선택지를 넓히는 데 있다. 서울에 가지 않아도 일하고, 살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일 때 출산은 부담이 아니라 선택이 된다. 저출산 논의는 개인을 설득하기보다, 사회의 조건을 점검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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