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고] 광주는 청년에게 정거장인가 종착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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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광주를 사랑한다. 이 도시가 가진 특유의 조용함과 편안함, 그리고 발길 닿는 곳마다 마주하는 맛있는 음식과 근교의 풍경을 좋아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것과 이곳에서 미래를 그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최근 광주광역시의 인구 140만 명 선이 무너졌다는 소식은 나를 포함한 지역 청년들에게 단순한 수치 이상의 공포로 다가온다. 뉴스에서는 연일 대규모 투자 유치 실적을 자랑하지만, 정작 우리 주변에는 제대로 된 업무지구 하나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쇠락해가는 도시에서 마지막 힘을 쥐어짜 청년 정책에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그 결실을 이어볼 수 있는 일자리가 없다는 점이 가장 비참하다.
마케팅 직군 취업을 준비하며 채용 사이트를 뒤져보면 현실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역 선택지에서 광주를 클릭하면 조회되는 공고가 거의 없다. 비슷한 광역시인 부산이나 대구, 대전만 해도 민간 자영업에서부터 투자를 통해 자기 사업을 키우고 그런 노력과 투자가 후방 산업으로 뻗어나가는 역동성이 느껴지지만, 광주는 다르다. 만나보았던 업계 사람들은 광주의 경제 문화 자체가 마케팅이라는 미래 가치에 투자를 아끼고, 그저 적당히 장사해서 먹고사는 수준에 안주한다고 말한다. 경쟁의식과 욕심이 사라진 자리에는 일거리가 생겨나지 않는다.
일상의 생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도 도시의 삭막함을 체감한다. 서울에서는 이직이나 구직 기간에도 팝업 스토어 운영이나 각종 행사 보조 스태프 같은 단기 일자리가 많아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버틸 수 있다. 그러나 광주에는 쿠팡 물류센터, 콜센터, 술집, 택배 상하차 같은 노동집약형 일자리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알바를 하려고 해도 서울로 가야 돈도 벌고 자기소개서에 쓸 경험도 쌓을 수 있는 것이 기가 막힌 현실이다.
광주 청년 정책의 수혜자로서 도움을 주신 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하다. 하지만 광주에서 만든 지원금과 글감을 가지고 결국 수도권 기업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상황은 역설적이고 서글프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광주의 발전 방향이다. 자식 잘되는 마음으로 청년의 타지 취업을 응원해 준다면 차라리 다행이겠으나, 현실은 고용 창출 효과가 미미한 창업 지원이나 보조금만을 노리는 이른바 지원사업 헌터들만 늘려가고 있다. 광주에 사는 또래들이나 자영업자들은 도시가 어떻게 진화해야 할지 뚜렷한 방향성을 말하곤 하지만, 행정의 결과물인 뉴스를 보면 그런 현장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고 지지부진한 발전상만 가득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광주에 대한 애정이 식어가는 것은 사랑이 변해서가 아니라, 도시를 위해 고민하고 알아갈수록 가로막힌 벽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외지인들은 유튜브를 통해 광주의 매력을 발견하고 호기심을 갖는다. 조용하고 살기 좋으며 근교에 매력적인 장소가 많다는 평이 이어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새로운 기회로 비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광주에 둥지를 틀러 오지 않는 이유를 이제는 정면으로 직시하고 전략을 짜야 한다. 그 전략은 단순히 청년을 붙잡아두는 것이 아니라, 떠났던 청년들이 다시 돌아오는 ‘인재리쇼어링’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청년은 단순히 보호받거나 용돈을 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이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설계할 열정과 아이디어를 가진 전략가들이다. 광주시는 청년들이 내놓는 날카로운 비판과 제안을 행정에 그대로 반영하고 실행하는 결단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문과와 이과, 예체능 종사자가 고루 먹고살 수 있는 육각형 도시로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청년이 직접 만드는 광주라야 실버 세대와 어린이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종착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의 내용은 광주청년일자리스테이션 동명점 참여자 최성광의 견해이며 중앙일보사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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