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 밤하늘 누비며 총도 쐈다…피의 진압 부른 '中비장의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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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시민들이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악마로 묘사한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1.정부를 향한 분노가 절정에 달한 지난 8일과 9일 밤 이란 테헤란. 테헤란 북동부 파스다란에 거주하는 58세 마리암도 시위에 동참했다. 10일 아침 그의 스마트폰에 발신자 번호 표시가 제한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시위 참여 사실을 촬영 영상으로 확인했다며 또 나설 경우 체포하겠다는 경고였다. 순간 마리암의 머릿속엔 9일 밤 시위 현장에서 들리던 드론의 비행 소리가 떠올랐다.

#2.아마드 레자 라단 이란 경찰청장은 지난 2024년 1월 중국을 찾아 왕샤오훙(王小洪) 중국 공안부장을 만났다. 두 사람은 ‘법 집행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목적은 법 집행과 대테러 등 안보 분야 협력 고도화. 회담에서 “중국과 안정적으로 협력하고 싶다”고 말한 라단 청장. 그는 이번 시위에서 군중을 총칼로 잔혹하게 진압한 핵심 인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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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1월 중국을 방문한 아마드 레자 라단 이란 경찰청장(왼쪽)이 왕샤오훙 중국 공안부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지난해 12월 28일 시작해 보름 가까이 이어졌던 이란 반정부 시위. 이 기간 이란의 중요한 정치·경제적 파트너인 중국의 존재감은 희미했다. 명확한 외교적 행동없이 소극적인 태도로 관망만 했다.

중국의 최첨단 감시·얼굴인식·드론 기술은 정부와 달랐다. 이들 기술이 이란 정부가 강경 진압을 할 수 있었던 주요 원동력이란 평가가 나온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최근 ‘중국은 이란 정권을 구하지 않아도 중국 감시 기술은 가능’ 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정부와 중국 기업이 제공한 각종 기술이 이란의 반정부 세력 통제력 강화에 핵심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당국은 시위가 격화되자 지난 8일 인터넷·통신을 전면 차단하며 시위대의 외부 소통을 막았다. 이후 조준 사격 등 유혈 수단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해 시위대를 진압했다. 영국 기반 독립매체 이란와이어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드론은 거리나 주택 내부에서 반정부 구호를 외친 시위자들의 얼굴을 촬영해 신원을 식별했다. 드론이 시위대를 몰아붙이거나 시민들을 향해 직접 발포하기도 했다.

밤에도 시위대 식별…이란서 뜨는 中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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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이란 테헤란에서 펼쳐진 시위 상황을 담은 소셜미디어 영상 모습. AP=연합뉴스

디플로맷에 따르면 이는 텐디(天地) 같은 중국 영상 감시 기술 기업이 있어 가능했다. 2018년 테헤란 국제 경찰 안전 보안 박람회에 참가했던 텐디가 자랑하는 기술은 이른바 ‘스타라이트’다.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고 생생한 촬영이 가능한 기술이다. 이란 주간지 테헤란 뷰로는 “이란 군경은 이를 통해 어둠 속에서도 시위대의 선명한 이미지를 촬영해 단속한다”고 전했다. 테헤란 뷰로에 따르면 디 외에도 화웨이, 텐센트, 하이크비전 등 최소 8개의 중국 기업이 이란 당국에 안면 인식과 정밀 영상 감시, 군중 모니터링, 휴대전화 추적 기술을 제공해 왔다.

드론, 인트라넷 분야 등에서도 중국 기업의 기술과 장비가 이란으로 많이 유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이란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드론을 통한 진압과 가상사설망(VPN)마저 막는 강력한 인터넷 차단이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이다. 중국 기업은 단순히 관련 장비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운용을 위한 교육 과정까지 제공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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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레자 라흐마니 파즐리 주중 이란 대사(왼쪽에서 5번째)가 지난달 25일 중국 인민공안대를 방문했다. 인민공안대 홈페이지 캡처

이란과 중국 치안 당국의 협력은 오래됐다. 한국의 경찰대 격인 중국 인민공안대는 지난 2015년부터 ‘이란 고위 경찰관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이란 국가경찰대도 2018년 중국 측과 협정을 맺고 교류 및 연수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이란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기 3일 전인 지난달 25일엔 압둘레자 라흐마니 파즐리 주중 이란 대사가 인민공안대를 방문해 협력 강화 의사를 밝혔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는 “이란은 2021년 중국과 25년간의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후 감시능력을 발전시켰다”며 “2022년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 의문사로 히잡 시위가 발생한 후 더 확대됐다”고 전했다.

“中천안문 사태 벤치마킹…덩샤오핑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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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 EPA=연합뉴스

이란 당국의 ‘중국 벤치마킹’은 시위 진압 기술만이 아니라 반정부 여론을 다루는 정책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와이어는 “반정부 시위 진압을 주도한 핵심 인물은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이라며 “그의 시위 진압 방식은 1989년 중국 천안문 사태를 본뜬 것”이라고 전했다.

라리자니가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이 80~90년대 추진했던 안보·문화·정책 방식을 추구한다는 얘기다. 천안문 사태 당시 덩샤오핑처럼 반정부 세력은 단호히 제거한다. 대신 문화·경제 부문에선 시민들에게 점진적으로 자유를 제공하고, 외교 부문에선 인접 국가들과 관계 개선을 추구해 고립을 피한다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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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이란 테헤란의 한 거리를 걷고 있는 이란 시민들의 모습. EPA=연합뉴스

다만 중국과의 밀착을 바라보는 이란 시민의 시선은 변수가 될 수 있다. 디플로맷은 이스라엘군만이 아니라 이란 정부가 사용하는 최루탄과 탄환, 폭탄의 상당수가 “메이드 인 USA”란 사실이 그동안 이란 시민의 반미 감정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메이드 인 차이나’가 (시위 진압 과정의) 드론 비행 소리와 포탄 연기·파편 냄새와 동일시 된다면 중국의 이미지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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