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김경 "아잉 안주면 안돼요?"…돈 돌려주려는 강선우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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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 전 서울시의원. 뉴스1
김경 전 서울시의원이 강선우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공천을 받기 위해 준 1억원을 돌려받지 않으려고 수차례 회피했다는 강 의원 진술을 경찰이 확보했다. 김 전 시의원은 2022년 8월 강 의원 측에 돈을 반환받으며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돌려줘 의아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는데, 강 의원이 이와 배치된 진술을 내놓으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경찰은 5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전 시의원은 2022년 1월 강 의원과 그의 전 보좌관 남모씨와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만나 시의원 후보로 공천받기 위해 1억원이 든 쇼핑백을 전달했다. 하지만 강 의원은 “쇼핑백에 1억원이 있다는 사실을 그해 4월 20일에야 알았다”는 입장이다. 그날 있었던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서 공관위원이었던 강 의원이 “(김 전 시의원이 아닌) 여성 청년으로 멋지게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발언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자 김 전 시의원이 강 의원 측에게 “돈을 줬다고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항의하면서 1억원의 존재를 뒤늦게 알았다는 게 강 의원 주장이다.
공천용 뇌물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강선우 무소속 의원이 지난 3일 2차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5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강 의원은 지난 3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 조사에서 “돈을 돌려주기 위해 수차례 시도했지만, 계속 회피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강 의원은 “김 전 시의원이 피할 수 없게 시·구의원 후보자들을 모두 모으는 일정을 만들었지만, 김 전 시의원만 ‘선친의 추도식이 있다’며 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강 의원은 또 “그해 4월 말~5월쯤 지역 사무실로 김 전 시의원을 다시 불러냈으나, 도착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겠다’며 시간을 끈 다음 휙 가버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의원은 남 전 보좌관에게도 “집 문고리에 걸어 놓고 와라” “유세차에 던지고 와라”며 수차례 반환을 지시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남 전 보좌관은 “김경이 계속 피한다”면서 “지방선거가 급하니 끝나고 대응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강 의원은 김 전 시의원을 그해 8월 중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일식당에서 만나 “돌려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김 전 시의원은 “안 받고 싶다”면서 “아잉 안 주시면 안돼요?”라고 거부했다는 게 강 의원 측 주장이다.

무소속 강선우 의원의 전직 보좌관 남씨. 연합뉴스
강 의원은 “쇼핑백을 차(카니발)에 실어주면서 반환했다”며 “김 시의원이 주차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와 차 문 앞에서도 ‘아이잉 진짜로 안 받으면 안 되냐’며 피하려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강 의원 측은 또 “김 전 시의원이 언제 만나줄지 몰라 식당을 일주일 내내 예약해 놨다”고 경찰에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의원은 그즈음 남 전 보좌관을 면직 처리했다.
돈을 돌려받은 이후 김 전 시의원 측이 강 의원에게 쪼개기 후원을 시도했다는 게 강 의원 측 주장이다. 2022년 10월 8~11일 나흘간 후원금 8200만원이 한꺼번에 입금됐고, 후원자 17명 중 16명이 최대 한도인 500만원을 보냈다고 한다. 강 의원은 지난달 20일 경찰에 “김경 추천으로 돈을 보냈다고 해 즉시 반환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김 전 시의원은 “후원금은 강 의원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상반된 진술을 했다.
쇼핑백·초콜릿·가방·후원금까지 총 5차례 반환
김 전 시의원은 이듬해인 2023년 9~10월쯤 지역 행사에서도 “초콜릿 선물”이라며 쇼핑백을 강 의원에게 차에 실었다고 한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강선우 의원 사무실. 뉴스1
또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찾아와 강 의원 어깨에 가방을 걸어주며 “힘내시라고 가져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강 의원은 “몸싸움을 하다시피 거부해도 놓고 가려고 해서 ‘보좌관한테 갖다 주라고 하겠다’고 하니 마지못해 갖고 갔다”고 경찰에 주장했다.
그해 12월 8~12일에도 5000만원의 후원금이 들어와 강 의원은 즉시 전액 반환 조치를 했다고 한다. 강 의원은 경찰에 “이런 일이 5번이나 있었고, 결국 다 돌려줬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시의원 측은 “강 의원 측 일방 주장이고, 아는 바도 없고 별도 대응도 하지 않겠다”고 해명했다.
경찰, 뇌물죄 빼고 구속영장 신청
경찰은 5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외에도 배임수·증재 혐의가 적용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공소시효(6개월)가 지나 배임수재(강선우) 및 증재(김경)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뇌물죄를 적용하려고 했으나, 정당 공천은 자발적 조직의 의사 결정으로 뇌물죄의 구성 요건인 공무가 아닌 당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본회의장 강선우 의원 자리의 모습. 연합뉴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다면, 돈 반환에 대한 회피 여부 등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 전 시의원과 강 의원은 범행의 계획성·고의성을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해왔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누군가가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진술의 거짓 여부가 증거 인멸의 우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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