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조인성 너무 뻔하다"…'휴민트&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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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휴민트'의 한 장면. 북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과 북한식당 종업원 채선화(신세경)는 헤어진 연인 사이다. 사진 NEW

"지금까지 10여 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단 한 번도 키스신을 찍은 적이 없어요. 조인성에게 '키스신은 어떻게 찍는 거니?' 물어보기도 했죠. 제게는 이 정도가 최대의 멜로 수위입니다."

영화 '휴민트' 류승완 감독 인터뷰

첩보액션 영화 '휴민트'(11일 개봉)를 연출한 류승완(53) 감독은 '내면에 멜로 장인의 면모를 숨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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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휴민트'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 사진 NEW

20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같은 질문이 나온 건, '휴민트'가 류 감독의 영화 중에서 가장 멜로 정서가 짙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국정원 블랙요원 조과장(조인성)과 북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이 각자 다른 목적에서 북한식당 종업원 채선화(신세경)를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과거 연인 사이였던 박건과 채선화는 외지에서 재회해 서로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확인하지만, 이후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간다.

류 감독은 '영화 속 멜로 라인을 왜 조인성이 아닌 박정민에게 맡겼냐'는 질문에 "조인성이 멜로 서사를 부여받는 건 너무 뻔하지 않냐"면서 "최근 몇년 간 조인성과 영화 세 편을 하면서 그와 나의 성장이 같은 궤를 그리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조인성이 점점 단단하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뺄셈의 연기를 하는 내공을 갖췄다고 생각했다"며 "본인도 자신의 캐릭터가 영화 전체를 지탱해주는 뿌리 같은 존재로서 다른 배우들이 더 잘 놀 수 있는 바탕이 돼야 한다는 인식 하에 연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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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휴민트'에서 국정원 블랙요원 조과장 역을 맡은 배우 조인성. 사진 NEW

"멜로 서사에 대한 반응이 이렇게 강렬하게 나올 지, 나 뿐만 아니라 박정민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다.

'휴민트'는 류 감독의 전작 '베를린'(2013)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다. '베를린'의 주인공 표종성(하정우)에 대한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류 감독은 "'베를린' 속편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다"면서도 "전작의 중요한 감정적 요소인 '이별'이 '휴민트'에서 좀 더 깊어졌다"고 했다.

영화엔 채선화가 식당 공연 중 패티김의 '이별'을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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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휴민트'에서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식당 종업원 채선화 역을 맡은 배우 신세경. 사진 NEW

"'베를린' 이후 시간이 꽤 흘렀고, 그간 이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끝이 있고, 이별하기 마련이잖아요. 어떻게 해야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담겼고, 그래서 감정선이 다르게 느껴지지 않나 싶습니다."

'모가디슈'(2021)에 이어 북한말 대사를 자막 처리한 것에 대해선, "북한을 통일의 대상이 아닌 별개의 국가로 인지하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며 "그들을 타자화시켜 받아들이는 느낌이 묘할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엔 조 과장이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취지의 헌법 내용을 언급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 탈북자가 국정원 블랙 요원에게 들은 뒤 마음이 움직였다는 일화를 접하고 각본에 넣은 것"이라고 류 감독은 밝혔다.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류 감독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베를린'과 다르게 만들 수 있을까'였다. 그는 첩보 액션의 본질에서 해답을 찾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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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휴민트'의 한 장면. 국정원 블랙요원 조과장(조인성, 오른쪽)과 북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이 대립하고 있다. 사진 NEW

"현란한 기교보다 인물에 집중해서 천천히 감정선을 쌓아간 뒤 1시간 이후부터 정신 없이 몰아붙이는 액션을 보여주기로 했죠. 개성 있는 리듬으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늘 그렇지만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의 균형을 맞추는 게 큰 숙제입니다."

영화 후반부, 러시아 마피아가 팔려온 여성들을 경매에 붙여 인신 매매하는 장면이 보기 불편하다는 일부 관객의 지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류 감독은 "'베를린' 때부터 국경 지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취재했는데, 영화에서 표현한 것보다 더 끔찍한 참상들이 많다"면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여주는 만큼 자극적이거나 착취적인 시선에서 만들면 안된다는 원칙을 스태프들과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심스럽게 촬영했지만, 그런 지적이 나오는 걸 보면서 '더 신경 써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그런 의견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 감독의 차기작은 '베테랑 3'다. 그는 현재 각본을 수정하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베테랑 2'(2024)가 1편에 대한 부채감을 정리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의도가 있었다면, '베테랑 3'에선 관객이 즐길 수 있는 톤 앤 매너로 돌아가고 싶다"며 "주인공 서도철(황정민)을 다시 관객에게 돌려주는 의미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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