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대미투자 계속' 선택한 日…"미국 자극 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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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미국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 관세 부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대미(對美) 투자를 이행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3월 방미를 앞두고 미·일 동맹 강화와 미국과의 경제안보 협력을 우선하겠다는 취지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복수의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도 5500억 달러(약 796조원)에 달하는 관세 협상에 따른 미국 투자 계획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일 양국 정부는 대미투자 1차 프로젝트로 오하이오 천연가스 화력발전소, 텍사스 원유 수출 인프라, 산업용 인공다이아몬드 등에 약 360억 달러(약 52조원)를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차 투자 프로젝트 선정 작업에 들어간 일본 정부는 추가 협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미 투자에 대해 닛케이에 “관세를 낮춰준 대가라기보다 일본에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체결된 미·일 관세 합의의 기본 전제가 이번 연방 대법원 판결로 흔들리게 됐지만 합의에 따른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일본 정부 국익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일본 정부가 대미투자 이행에 의지를 보이는 데엔 ‘미국 자극’을 피하자는 셈법이 깔려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전제가 되는 상호관세가 무너지더라도 일본이 약속을 파기할 선택지는 없어 보인다”며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해 미·일 양국은 투자 합의와 함께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27.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한 바 있는데, 이번 연방 대법원 판결엔 자동차 관세가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 입장에선 이번 판결을 기제로 미국과 재협상에 나서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 정부 관계자는 마이니치에 “미국 측이 자동차 관세를 100%로 올리는 부메랑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며 섣불리 재협상 카드를 꺼내들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경제에 타격이 큰 자동차 관세 외에도 추가 조치에 대한 우려가 일본 정부의 보폭을 좁히고 있다. 당장 트럼프 정권은 위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추가 관세 부과 조치(15%)를 내놓고 있어서다. 대미투자 약속으로 얻어낸 상호관세 15%의 근거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추가 조치에 따라 현행 관세율보다 높은 관세 폭탄을 맞을 품목이 언제든 나올 수 있어 ‘대미투자 고수, 현행 합의 이행’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도쿄 아카사카궁에서 열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유사시 군사개입 시사 발언으로 급속도로 악화한 중·일 관계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이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제한하는 등 경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물자의 공급선 다변화를 위해 미국 투자를 이행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판단인 셈이다. 1차 투자 대상에 포함된 인공다이아몬드가 대표적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인공다이아몬드는 반도체는 물론 자동차, 항공산업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일본 입장에선 경제안보에 직결되는 소재다.
3월 19일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 역시 대미투자 유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일 갈등 속에 미·일 동맹 강화와 경제안보 협력을 내세우고 있는 다카이치 총리의 첫 방미 성공을 위해 일본은 미국 투자 프로젝트에 공을 들여왔다. 3월 31일부터 4월 2일 사이로 조정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앞서 미·일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양국 ‘밀착’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이치카와 게이이치(市川恵一)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은 미·일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지난 20일 미국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지지통신은 이날 이치카와 국장이 회담에서 미·일 동맹의 억제력·대응력 확대와 공급망 강화 등을 포함한 경제 안보 협력 추진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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