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관세 위법판결에 유럽 “무역합의 재검토”…나머진 ‘신중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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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 주지사들과의 만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린 후 세계 각국의 반응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유럽은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재검토하겠다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베른트 랑게 유럽연합(EU) 의회 국제무역위원장은 21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에 “무제한적이고 자의적인 관세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을지 모른다”며 “(상호관세) 판결과 그 결과를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 오는 23일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진행 중인 무역 합의를 재검토할 것을 시사한 것이다.
21일(현지시간) 독일 슈트트가르트에서 열린 기독민주당 회의에 참석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이날 ARD 방송 인터뷰에서 “(위법 판결 이후) 독일 경제에 대한 관세 부담이 완화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독일 기업들이 이미 낸 관세를 돌려받으려면 미국 정부와 협상이 필요하다면서 다음 주 방미에 앞서 EU 국가들과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니콜라 포리시에 대외무역 담당 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15% 신규 관세에 대해 “우린 더는 순진하게 굴어선 안 된다”며 “필요하다면 EU는 (미국에 반격할) 적절한 수단을 말만 할 게 아니라 직접 써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당국자들은 FT에 “EU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등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ACI는 수입·외국인 직접투자 제한 등을 제한하는 강력한 무역 보복 카드다. 하지만 유럽 산업계는 지난해 진통 끝에 미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했는데 이번 판결로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인도를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왼쪽)이 21일(현지시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럽을 제외한 주요 국가는 관망하겠다는 태도다. 인도 통상부는 판결 이후 “모든 전개 상황을 검토 중”이라는 성명을 냈다. 인도는 지난 8일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고 농산물 시장을 일부 개방해, 미국의 인도산 수입품 관세율을 50%에서 18%로 낮추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제라우두 아우키밍 브라질 부통령도 “데이터센터, 전략 광물 등 비관세 분야를 포함한 협상이 계속될 것”이라며 “대화와 협상을 일관되게 강조해 온 룰라 (브라질) 대통령 기조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이번 판결의 함의를 검토한 뒤 향후 전개를 지켜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존 상호관세율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인 10%를 적용받았던 영국은 미국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따라 상호관세 적용을 받지 않는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묘하게 입장이 갈렸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장관은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무역부 장관은 “(판결은) 관세가 정당하지 않다는 캐나다 정부의 입장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미국과 무역 협정을 맺은 대만의 리후이즈 행정원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각국과 서명한 대미 무역합의를 어떻게 이행할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며 “미국 정부의 대응조치를 면밀히 주시해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가들의 이런 움직임은 판결과 별개로 국제사회에서 미국 정부가 가진 협상력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FT는 “방위와 안보 협력 등 비통상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며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자동차와 철강, 반도체, 의료용품 등에 부과하는 품목별 관세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무역협정을 번복하려 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의 품목 관세로 보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로 무역 합의 이행을 미루려는 나라는 늘어날 수 있다. 영국 싱크탱크 브릿지 인디아의 프라틱다타니 설립자는 FT에 “인도 등은 11월 중간선거 이후 미 의회 권력 변화를 기다릴 것”이라며 “이를 통해 협상력을 높이고,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 서사 강화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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