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2명 탄 버스 들이받은 만취운전자… 신분 묻자 "나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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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운전으로 교통신호를 위반해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을 칠 뻔하고, 12명이 탄 버스를 추돌하는 교통사고를 내고 면직된 김인호(62) 전 산림청장이 사고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산림청장”이라고 본인 신분을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경기 분당경찰서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김 전 청장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다. 김 전 청장은 지난 20일 오후 10시50분쯤 술을 마신 채 운전하다 분당구 정자동 신기사거리에서 승용차로 버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연쇄 추돌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청장은 보행자 신호에 신호를 위반하고 직진하다 좌측에서 정상 주행하던 차량과 부딪혔다. 김 전 청장이 몰던 차량의 운전석 쪽이 심하게 부서졌으나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은 없었다.

김인호 전 산림청장이 지난 20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신기사거리에서 버스, 승용차 등 3중 추돌사고를 내기 직전 보행자 신호를 위반해 음주 상태로 운전을 하는 모습. YTN 보도화면 캡처
김 전 청장의 사고 직후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0.030%~0.079%)으로 측정됐다. 이 과정에 신분을 묻는 현장 경찰에게 김 전 청장은 “산림청장”이라고 본인이 공직자라는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엔 한 보행자가 바닥에 파란불 신호가 켜져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상황에 김 전 청장이 차를 급히 몰아 들이받을 뻔한 아찔한 모습이 담겼다. 이 보행자가 두세 발자국 재빠르게 움직여 피하지 않았다면 크게 다쳤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또 다른 CCTV 영상은 추돌 사고를 당한 노란색 버스가 화면 밖으로 지나간 뒤 사고가 난 듯 시민들이 놀라는 모습도 포착했다.
119 신고는 20일 오후 10시54분 교통사고 목격자에 의해 최초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관들은 버스에 12명이 탑승하고 있었다고 활동 일지를 남겼다. 같은 날 11시23분까지 30여분 간 현장 활동을 한 소방관들은 의료기관 이송을 원하는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 사고 현장을 경찰에 인계했다고 한다.
지난달 26일 김인호 당시 산림청장이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서울 노원구 산불 진화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산림청
김 전 청장의 음주 차량에 동승자는 없었으며 SUV엔 운전자 포함 2명이 타고 있었다. 버스 기사와 승객 12명을 포함해 총 14명 중 일부라도 경찰에 이번 음주 사고로 다쳤다는 진단서를 제출하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이후 만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접수된 피해자 진단서가 없다”며 “피해자 제출 서류 등을 검토한 뒤 피의자(김 전 청장) 소환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했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김 전 청장의 음주 사고 이튿날인 지난 21일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산림청장이 중대한 현행 법령 위반을 해 물의를 야기한 사실을 확인하고 직권면직 조치했다”며 “앞으로도 이재명 정부는 공직 사회 기강을 확립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행정 실현을 위해 각 부처 고위직들의 법령 위반 행위에 대해 엄중히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25년 알코올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연간 음주운전 경험률은 2011년 17.1%에서 2023년 2.1%로 급감했다. 교통사고 총 발생 건수 중 음주운전 사고 발생 건수도 2011년 12.8%(22만1711건 중 2만8461건)에서 2023년 6.6%(19만8296건 중 1만3042건)로 감소했다.
음주운전이 감소하는 마당에 고위 공직자가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9월 음주운전 행위뿐 아니라 음주운전 방조 및 은닉(교사) 행위에 대해서도 징계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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