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상원 수첩’ 배척한 지귀연…2차 특검 시작도 전에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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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의 미진한 부분과 새로운 의혹을 수사할 권창영 2차 종합 특별검사가 지난 6일 서울 중구 소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로 출근하던 중 취재진 질문에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창영 2차 종합 특별검사가 본격적인 수사를 개시하기도 전에 난관에 봉착했다. 2차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12·3 비상계엄을 장기간 사전 준비했다는 전제로 출범했는데, 지난 19일 지귀연 재판부가 계엄 결심 시점을 선포하기 불과 이틀 전으로 특정하고 ‘노상원 수첩’의 증거능력을 배척했기 때문이다.

“계엄 1년 전부터 계획?…이틀 전 결심한 듯”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 지귀연)는 지난 19일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1133쪽 분량 판결문에 “검사는 윤석열이 약 1년 전부터 국회를 제압해 장기독재를 하려는 의도를 갖고 내외적 여건을 조성하다가 여의치 않자 이 사건 비상계엄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나 장기간 준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보기에는 준비가 지나치게 허술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국민담화 및 포고령 내용, 각종 진술을 종합하면 적어도 12월 1일 무렵 ‘더는 참을 수 없다.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이 사건 실체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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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 1심 판결 선고 주문을 낭독하고 있다. 지귀연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또 ‘여의도 봉쇄’ ‘수거팀 구성’ 등 문구가 기재된 ‘계엄 책사’ 노상원 전 사령관의 수첩이 계엄 선포 1년 전인 2023년 10월 이전에 작성됐다는 주장도 “막연하고 추상적”이라며 배척했다. 공소유지를 해 온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수첩에 기재된 ‘박안수’ ‘여인형’이 2023년 10월쯤 장군 인사에서 육군참모총장과 국군방첩사령관에 임명된 점을 감안할 때 수첩이 이전에 작성됐고, 노 전 사령관은 군 인사에 개입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비슷한 시점에) 곽종근, 이진우도 육군특수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으로 보직됐는데 이들에 대해 아무런 기재가 없는 점에 관해선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동안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보좌해 수거대상 처리, 부정선거 수사 등 구체적인 계엄 실행 계획을 수립한 ‘비선 핵심’으로 지목됐다. 수첩에는 “헌법 개정(재선~3선)” 등 계엄 성공 이후의 구상을 적은 것으로 의심되는 문구나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 수거대상으로 체포한 정치인의 처리 계획을 기획한 흔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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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지난달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서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재판부는 노 전 사령관과 계엄의 연관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노상원 수첩이 계엄 해제 후인 2024년 12월 15일 노 전 사령관 모친 주거지의 책상 위에서 발견된 점을 들어 “노 전 사령관이 2023년 10월 이전부터 계엄을 계획했다면, 이 수첩은 결정적인 증거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수사기관이 발견하기 쉬운 주거지 책상 위에 그대로 두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첩 모양, 형상, 필기 형태, 내용 등이 조악한 데다가 보관한 장소 및 보관 방법 등에 비춰보더라도 중요한 사항이 담긴 수첩이라 보기에 무리가 있다”며 “작성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일부 내용들은 실제 이루어진 사실과 불일치하는 부분도 있다”고 판단했다.

“계엄 계획 치밀했다” 증거 다시 찾아야 

이런 판단은 2차 종합특검 수사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 정식 수사를 개시하지 못한 2차 종합특검은 기존 3대 특검(김건희·내란·순직해병)이 끝맺지 못한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그중에는 윤 전 대통령과 관련자들이 계엄 명분을 얻기 위해 무장한 아파치 헬기를 NLL 인근에서 위협 비행하게 했다는 외환 의혹, 그리고 노상원 수첩에 기재된 내용의 구체적 기획·준비까지 나아갔다는 의혹이 있다. 두 의혹 모두 계엄이 장기간 치밀하게 계획됐다는 기존 내란 특검 수사의 전제가 인정돼야 수사가 원활히 진전될 수 있다. 하지만 지귀연 재판부가 판단을 달리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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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2차 종합특검은 이런 판단을 뒤집기 위해 현재 특검법상 거론된 수사 대상 외에도 계엄이 장기간·치밀하게 계획됐고, 노 전 사령관은 계엄 핵심 기획자라는 결정적인 증거 내지 증언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 노 전 사령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그동안 수사나 재판에서 진술을 거부하는 등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이다. 또 내란 특검이 지난해 6개월간 고강도 수사를 한 만큼, 포착되지 못한 새로운 증거가 있을 가능성은 작다는 예상도 나온다.

특히 노 전 사령관은 수첩 속 ‘강은 차후’ 문구가 강호필 전 육군 지상작전사령관은 2023년 10월이 아닌 이듬해 4월 대장으로 승진한다는 내용으로 의심되나 “내 고향인 충남 서천 옆 금강에 차후 매운탕 먹으러 가겠단 뜻”이라고 설명하는 등 문맥에 맞지 않는 진술을 했다고 전해져 2차 종합특검 수사에서도 유의미한 진술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 등 소환이 원활히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무기징역 선고 후 “수사와 특검, 2차 특검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숙청하려 하는 것인가”라며 2차 특검에 날 선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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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창영 특검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귀연 재판부 판결은 내가 평가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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