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단독인터뷰]임종언은 눈물로 올림픽을 지새웠다, 허무하고 원망스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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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임종언이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광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20260221

“경기를 마치고 선수촌으로 돌아가면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당차게 보이고 싶었다. 긴장한 기색 없이, 의연하게 자신의 첫 번째 올림픽 무대를 빛내고자 했다. 그러나 원하는 결과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눈물이 났다. 혹여 남들이 볼까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긴 밤을 지새웠다.

한국 쇼트트랙의 샛별이자 떠오르는 에이스인 임종언(19·고양시청)을 지난 2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시내의 대성당 광장에서 만났다. 이번 대회를 개인전 동메달 1개, 단체전 은메달 1개로 마친 임종언은 “후련함과 아쉬움이 함께 남는다. 내 기량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한 느낌이다. 한국으로 돌아가 이번 대회 경기를 세밀히 분석해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종언은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크게 주목받는 이름은 아니었다. 그저 실력이 남다른 고교생 유망주 정도로 평가됐다. 그러나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해 선배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시니어 무대 데뷔전인 올 시즌 월드투어에선 세계도 놀라게 했다. 월드투어 1~4차 대회에서 5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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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500m 예선에서 임종언이 시작하자마자 넘어지고 있다. 김종호 기자. 2026.02.16.

올림픽을 향한 기대감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주종목인 남자 1500m 그리고 선배들과 짝을 이룰 남자 5000m 계주에서 금빛 질주를 꿈꿨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남자 1000m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3관왕 옌스 판트 바우트(25·네덜란드)의 벽은 넘지 못했지만, 현재 시점 쇼트트랙 1인자라고 불리는 윌리엄 단지누(25·캐나다)를 꺾고 당당히 메달을 차지했다. 그러나 주종목인 1500m에서 삐끗했다. 준준결승 레이스 도중 넘어져 결승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 당시 경기를 두고 임종언은 “처음부터 끝까지 후회되는 경기”라며 고개를 숙였다.

아쉬움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경기를 끝내고 선수촌으로 들어가면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임종언은 “사실 경기가 있는 날마다 울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너무 소중한데 내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는 허무한 기분이 들어 눈물이 났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이어 “내 자신에게 실망스러웠다. 서운하다고 해야 할까. 특히 매일같이 응원해주신 팬들 얼굴이 떠올라 더 울적했다”면서 “돌이켜 보면 문제는 정신력이었다. 쉽게 말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다. 불안함이 많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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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임종언이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광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20260221

임종언은 이번 대회 기간 공개된 장소에서 눈물을 보인 적이 없다. 값진 메달을 따내도, 경기에서 떨어져도 큰 표정 변화 없이 취재진을 맞았다. 밤마다 선수촌에서 눈물을 훔쳤다는 이야기 역시 꺼내지 않았다. 아직 남은 경기가 있는 만큼 자신이 혹여 약하게 보일까 일부러 말을 하지 않았단다. 그럴 때마다 학교(노원고) 친구들로부터 오는 “우리 나이대에선 네가 최고다. 우리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일을 네가 하고 있다”는 응원 메시지가 큰 힘이 됐다.

올림픽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한 임종언. 울음은 참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자신감까지 잃은 것은 아니었다. 4년간 더 발전한다면, 충분히 올림픽 금메달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임종언은 “솔직히 실력의 벽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 내가 경험을 더 쌓는다면 충분히 다시 도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과 은메달을 땄는데 4년 뒤 알프스 동계올림픽에선 꼭 금메달을 가져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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