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로펌] “형사 성공보수 정상화는 서민과 약자에게도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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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변호사 생활고 심각, 파산 고민도
과다 경쟁으로 변론의 질 악화 우려
광고주도형 로펌, 높은 강경책 필요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가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연간 약 1750명이 배출되는 변호사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며 “이는 변호사 권익뿐만 아니라 국민 편익과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조순열(54·사법연수원 33기)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지난해 1월 취임 후 변호사 회원의 권익 수호를 위해 숨가쁘게 뛰고 있다. 조 회장은 당선 직후 “기쁨보다는 책임감을 더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변호사 업계가 힘든 시기인 만큼 회장의 임무가 어느 때보다도 막중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임기 절반 전환점을 돈 조 회장은 연간 약 1750명의 변호사가 배출되고 AI가 소장을 써주는 시대에 ‘변호사 권익’과 ‘국민 편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 회장은 24일 서울변회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수입이 없거나 생활비보다 수임료가 적은 상태로 누적돼 마이너스를 안고 사는 변호사들이 태반”이라며 “변호사 자격을 박탈하지 않을 조건으로 파산 신청이 가능하게 하면 전체의 20%는 파산신청을 고민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변호사 생활고가 단순히 변호사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변론 질 약화, 과다 경쟁으로 일반 국민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크다고 우려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2012년 1451명에서 2025년 1744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4월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이후 1700명대 인원이 추가되면 전체 규모는 4만명에 근접한다. 인구가 우리나라의 2배 이상인 일본의 경우 변호사가 약 4 만6000명이다. 조 회장은 법무부에 변호사수를 1200명으로 줄여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조 회장은 변호사 수 포화 상태가 빚은 사례로 ‘사물함 변호사’를 들었다. 사업자 등록을 낸 후 월 10만~15만 원 정도를 내고 송달 장소로 사물함을 빌려서 쓰는 변호사를 칭하는 용어다. 조 회장은 “오죽하면 젊은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사무실 얻을 돈이 없어 사물함 변호사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며 “아직도 국민들 생각에서는 배부른 소리라고 하지만 실체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변호사의 중위소득은 연 300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변호사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검찰·경찰 출신’ 등을 홍보문구로 사용하는 ‘광고주도형 로펌’도 기세를 부리고 있다. 조 회장은 “전관이 변론하지도 않는데 마치 그런 것처럼 의뢰인을 속이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협회에 진정이 들어오면 그제서야 전관이 얼굴을 비춘다고 한다”고 말했다.
과태료 최대 3000만원, 정직 등의 제재가 있지만 버는 돈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라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한다. 조 회장은 “자정작용이 어렵다면 매출의 10%를 과태료로 물리고 로펌 영업정지를 하는 강경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선임 시 주의해야 할 ‘불량 로펌’으로 인한 피해도 심각하다. 조 회장은 “계약한 뒤 3일 뒤에는 착수금을 돌려주지 않는 로펌이 대표적”이라며 “상반기 내에 위원회를 꾸려 선임시 주의해야할 로펌을 꼽고, 계속 피해를 양산시키는 로펌은 불량 로펌으로 지정해 외부에 공개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AI의 발달로 민사에서 늘어나는 ‘나홀로소송’도 업계에는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조 회장은 “AI가 만들어낸 소장에는 가짜로 사건번호를 만들어내는 등의 AI 할루시에이션(환각)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럴 경우 큰 피해를 입지만 AI 업체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AI에 의존하기 보다는 최종 책임을 질 수 있는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의 남은 주요 과제는 형사 성공보수 부활이다. 조 회장은 “성공보수라고 하면 전관 변호사의 모습을 떠올리지만 소수의 나쁜 전례일 뿐”이라며 “경력이 짧아 착수금을 높게 받지 못하는 청년 변호사의 경우 처음에 적은 금액으로 우선 착수한 뒤 승소하면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는 구조로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뢰인 입장에서도 당장 많은 돈이 없어도 성공보수를 전제로 변호사를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돼 일석이조라는 설명이다. 그는 “성공보수라는 명칭이 부정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성과보수란 이름으로 고쳐도 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조 회장은 “성공보수를 일체 못 받는다는 대법 판례를 변경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했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에서 ‘모든 성공 보수 지급 계약이 무효인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2심 판결이 나왔다. 한 법무법인이 의뢰인을 상대로 “성공 보수 3300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이었다. 해당 판결이 상고심에서 확정된다면 성공 보수 자체를 금지한 2015년 대법원 판례는 뒤집어지게 된다.
조 회장은 주변 변호사들 사이에서 ‘행동파’로 불린다. 조 회장은 변호사의 세무대리를 제한하는 세무사법 개정안, 결원보충제를 허용하고 있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직역수호변호사단 대표 당시 변호사 자격을 상실한 자의 변호사 활동을 막기 위해 고발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성균관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4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법무법인 문무 대표변호사로 제96·97대 서울변회 부회장, 제46대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을 지냈다.
현재는 서울고법·중앙지법 조정위원, 대한중재인협회 부협회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감찰위원, 경찰청 성가평가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 회장은 공약으로 변호사 수 감축, 광고주도형 로펌 규제, 형사 성공보수 정상화, 법률플랫폼·법률AI 적극 대응,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유지권(ACP) 도입, 변호사 보수 부가세 폐지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중 비밀유지권 도입은 지난 1월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돼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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