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환율 1530원 뚫었다…한달간 원화가치 6% 넘게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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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515.7원)보다 14.1원 오른 1530.1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한 31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관계자가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30원을 넘어섰다. 주간 거래 시간대 기준 1530원선 돌파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7년 만이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4원 오른(원화 가치 하락) 1530.1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4.2원 오른 1519.9원에 출발해 상승폭을 키우며 한때 1536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1570원대까지 올랐던 2009년 3월 2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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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원달러 환율

이날 환율 급등은 고유가 장기화와 한국의 성장률 둔화 우려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배럴당 102.88달러로 종가 기준 100달러를 넘어섰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5월물도 112.78달러를 기록하는 등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는 동시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자극하며 달러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한국 경제에 대한 ‘성장 눈높이’가 내려가고 있는 점도 원화 약세 압력을 키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포인트 낮췄다. 한국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수급 측면에선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3조842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 압력을 더욱 키웠다.

특히 원화는 주요국 통화보다 약세(환율은 상승)가 두드러진 모습이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란 사태 이전인 2월27일 원-달러 환율은 1439.7원이었으나 3월31일에는 1530.1원으로 상승해(원화가치는 하락) 6.27% 절하됐다. 이는 유로(3.01%)와 파운드(2.36%)는 물론 엔화(2.50%), 대만달러(2.53%), 인도 루피(3.72%) 등 주요 아시아 통화보다 큰 절하 폭이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7.61에서 100.44로 약 2.9% 상승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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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환율 상단이 1600원 수준까지 열려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환율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고유가 상황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환율이 1600원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에너지 공급 차질이 현실화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경우 환율이 안정세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현재의 고환율이 과거 외환위기와 같은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경제 기초체력이 탄탄해졌고, 외환건전성과 제도적 기반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환위기 당시에는 구조적 취약성이 환율 급등이라는 형태로 드러난 것”이라며 “현재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자유변동환율제 체제가 자리 잡고 있어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환율 급등에도 불구하고 직접 개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환율 수준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지만 상승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환율이 높은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을 지켜봤지만 구두개입성 발언은 관행적으로 신중하게 해왔고 지금까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도 이날 인사청문회 준비단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달러 유동성이 양호한 상황에서 환율 상승을 과거처럼 금융 불안과 동일선상에서 볼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다. 환율 상승이 유가 급등과 달러 강세 등 대외 요인에 기인한 만큼, 개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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