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최경미가 아니라 차경미였다, 축구계 미소짓게 한 봄날의 감동적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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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안산그리너스 브라질 출신 리마가 골을 터트린 뒤 카메라를 향해 유니폼을 들어 올렸다. 한글로 '최경미 힘내라' 적혀있었는데, 리마가 거주하는 건물 1층 단골 카페의 암투병 중인 사장을 위한 세리머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안산 그리너스의 브라질 공격수 리마(28)가 지난 21일 K리그2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트렸을 때, 카메라를 향해 들어 올린 유니폼 안쪽에 한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최경미 힘내라’.

메시지의 주인공은 리마가 사는 안산 오피스텔 1층 카페 사장 차경미(42)씨다. 최경미가 아니라 차경미다.

리마는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자신을 엄마처럼 챙겨준 차씨가 암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응원 세리머니를 준비했다. 그런데 이름이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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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서포터스가 차경미씨에게 선물로 준 액자. 리마가 차경미씨를 위해 세리머니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사진 차경미씨

차씨는 “리마가 첫 골을 넣으면 나를 위한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했다. 한국에 온 지 3개월밖에 안 된 아이가 약속을 지켜줘 울컥했다. 그러다 ‘뭐야? 나 최경미가 아니라 차경미인데’ 하며 울다가 웃어버렸다”고 했다. 리마는 골 넣은 직후 차씨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내 세리머니 봤지? 굿?”이라고 자랑스럽게 물었다.

‘최경미’는 리마 부탁을 받은 구단 코치가 발음을 잘못 알아듣고 옮겨 적으면서 생긴 실수다. 이름은 틀렸지만 진심까지 오역된 건 아니었다. 세리머니가 온라인으로 퍼지자 팬들은 “따뜻한 봄날에 찾아온 따뜻한 6글자”, “축구가 사람 마음을 연결하고 치유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우리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라며 감동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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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미씨가 운영 중인 카페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은 리마와 차경미씨. 사진 차경미씨

두 사람 인연은 올 초 리마가 카페라떼와 아이스초코, 소금빵을 먹으러 오는 단골이 되면서 시작됐다. 차씨는 리마 옷의 엠블럼을 보고 축구선수인 걸 알았고, 안산 구단 외국인 선수 5명 이름을 모두 외울 정도로 친해졌다. 유행하던 두바이 초콜릿을 나눠주고 음식과 선물을 주고받으며 국경 없는 단골이 됐다.

유대가 깊어진 건 서로 아픔을 공유하면서부터다. 차씨는 2024년 7월 복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7㎝ 크기 유방암 종양을 발견하고 수술을 받았다. 항암 치료로 밥을 잘 먹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차씨를 리마는 서툰 한국어로 살뜰히 챙겼다. “상태 굿? 밥은 먹어야 해.” 매일 점심, 저녁으로 카페에 들러 “차!경!미!” 이름을 외치며 응원했다.

리마 에이전트 김진회(웨이투) 이사에 따르면 리마도 아버지를 기관지암으로 떠나보낸 아픔이 있다. 리마는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안다며 차씨에게 “우리 아버지는 떠나셨지만 넌 나을 수 있어. 내가 널 위해 매일 기도할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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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안산그리너스 리마와 단골 카페 사장 차경미씨. 사진 차경미씨

따뜻한 이야기는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졌다. 차씨는 5일 안산 홈경기에 리마와 함께 입장해 시축에 나선다. 차씨는 애초 “연예인도 아닌데 부담스럽다”며 고사했지만, “따뜻한 분이 해주셔야 한다”는 구단 설득에 응했다.

리마가 ‘파익스 카페’라고 부르는 빽다방 본사에서도 훈훈한 사연을 접하고 차씨를 돕고 싶다고 연락해왔다. 차씨는 자신보다 구단과 리마를 후원해달라고 부탁했고, 빽다방은 홈경기 때 커피차를 보내 팬들에게 커피 1000잔과 빵을 무료로 나눠주기로 했다.

리마는 “4월 20일경 브라질에서 아내와 10개월 된 아들이 한국으로 온다. 2번째 골을 넣는다면 아이를 위한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고 했다. 4월 27일(리마)과 29일(차씨)에 연달아 생일이라 함께 파티를 열기로 했다. 차씨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리마 세리머니 사진과 이런 문구가 떠 있다. ‘우리 집에 새로운 가족, 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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