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에 ‘NO’ 외치는 스페인, 이번엔 “美군용기 영공 통과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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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에서 열린 국방장관 회의에 앞서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페인이 이란 전쟁과 관련한 미국의 군사 작전에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내 균열이 표면화하고 있다. 미국은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전쟁 이후 동맹 관계 재검토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부 장관은 “이란 전쟁과 관련된 군사 행동을 위해 스페인 내 기지 사용은 물론 영공 이용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스페인 영토에서 이착륙하는 미군 항공기뿐 아니라 영국·프랑스 등 제3국에서 출격해 스페인 상공을 통과하려는 군용기까지 포함된다. 다만 비상 상황에서는 예외적으로 착륙이나 영공 통과를 허용하기로 했다.

스페인은 앞서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의 로타 해군기지와 모론 공군기지 등 미군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군사기지의 활용도 불허한 바 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미국의 대이란 공습을 “일방적 군사 행동이자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정부 인사들도 “국제법을 위반해 시작된 전쟁에 기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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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남부 모론 데 라 프론테라 모론 공군기지에서 미 공군 보잉 KC-135 스트래토탱커 공중급유기가 이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같은 조치로 미군의 중동 작전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미군 폭격기들이 스페인 상공을 우회하면서 항로와 물류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서양에서 지중해로 진입하는 주요 경로인 이베리아 반도를 피해 지브롤터 해협을 돌아가는 사례도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즉각 반발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우리가 방어할 의무를 지는 나토 회원국이 정작 필요할 때 기지와 영공 사용을 거부하고 있다”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끝난 뒤 대통령과 함께 나토와의 관계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루비오 장관은 “나토가 유럽이 공격받을 때는 미국이 방어하지만, 미국이 필요할 때는 권리를 거부당하는 구조라면 좋은 협정이 아니다”라며 “그런 체제에 계속 참여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미국이 없으면 나토도 없다”는 발언까지 내놓으며 동맹의 상호성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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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4일(현지시각)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페인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나토가 합의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5% 확대 요구도 거부하고 2.1% 수준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전문가들은 스페인의 이번 결정이 상징성은 크지만 다른 유럽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다수 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이유로 미국의 안보 지원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유사 사례는 있었다. 1986년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리비아 공습 당시 미군의 영공 통과를 거부했고, 2003년 이라크 전쟁 때는 터키가 미군 지상군의 자국 통과를 불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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