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설탕부담금’ 논의 급물살…서민 증세 아닌 건강 위한 투자여야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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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기자의 메디컬뷰

가당 음료, 비만·당뇨병 유발 위험
당 저감 유도, 보건 분야로 환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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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부담금 제도의 취지는 소비자 행태 변화와 제품의 저당화 전환을 유도하는 데 있다. 출처: GettyimagesBank

기온이 올라가는 이맘때부터 손이 자주 가는 식품이 바로 음료다. 현대인에게 음료는 갈증 해소 수단 그 이상이다.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동시에 카페인이나 단맛을 충전할 수 있는 일상의 힐링 포인트다. 최근 이런 음료류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가당 음료가 건강의 주적(主敵)으로 지목되면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일찍이 설탕을 현대인의 건강 위협 요소로 규정했다. 특히 가당 음료는 에너지와 당을 과잉 섭취하게 해 비만,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발생을 부추기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WHO에서도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가당 음료에 대한 과세를 권고해 왔으며, 현재 전 세계 110여 개국이 이를 시행 중이다.

국내 상황도 엄중하다.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음료 섭취량은 2019년 223.5g에서 2023년 274.6g으로 느는 추세다. 특히 10~18세 청소년의 음료를 통한 당 섭취량(16.7g)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다. 관련 건강 지표에도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이 2014년 10%에서 2023년 13.8%로 치솟았고, 성인병으로 불리던 당뇨병마저 아이들을 위협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13년간(2008~2021년)의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세 미만의 제2형 당뇨병 유병률은 10만 명당 73.3명에서 270.4명으로 4배 가까이 폭증했다. 특히 13~18세 청소년기에 그 증가세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말, 이재명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설탕부담금’ 화두를 던졌다. 이를 통해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그 재원을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하는 방안에 대해 국민 의견을 물은 것이다. 이후 국회에선 긴급 토론회가 열렸고, 가당 음료 제조·가공·수입업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고물가 시대에 가격 인상을 유도하는 서민 증세라는 비판이다.

이 논란을 넘어서려면 설탕부담금이 국민 건강 증진을 돕는 정교한 정책임을 입증해야 한다. 본래 설탕부담금의 목적은 설탕 자체에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레시피를 바꿔 당 함량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2018년 영국이 도입한 모델이 대표적이다. 세율을 높게 책정하되 당 함량 구분을 세분화함으로써 제조사들이 과세 구간 이하로 당 함량을 낮추는 식품 재구성에 나섰다. 징벌적 과세가 아닌 산업의 체질 개선을 끌어낸 셈이다.

설탕부담금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실질적인 보건 효과를 거두려면 정책 목적과 제도 설계 간의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부담금 수익이 아동·저소득층의 식습관 개선과 공공 의료 지원 같은 보건·복지 분야로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를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또 다른 고열량 식품이나 대체당으로 소비가 옮겨가는 풍선 효과에 대한 보완책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궁극적으론 정책이 비만·당뇨병 유병률 등 건강 지표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장기 추적해 제시해야 할 것이다.

최근 열린 ‘설탕 과다사용부담금 민간협의체’ 첫 간담회에서 서울대 윤영호 건강문화사업단장은 “설탕부담금 논의는 단순한 세금 정책이 아니라 국민 건강 문화를 바꾸는 과정”이라고 짚었다. 당류 관리는 이제 미래 세대의 건강권과 보건 강국 도약을 위한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오는 ‘보건의 날(4월 7일)’을 계기로 이번 논의가 가격 정책을 넘어 우리의 식탁을 좀 더 건강하게 바꾸는 진정한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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