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강철비 내리는 이란 ‘악마의 무기’…北도 쏘며 “표적 초토화”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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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21년 3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발사할 당시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사흘에 걸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화성-11가’(KN-23)에 전자기펄스(EMP)탄·집속탄 등 각종 탄두부를 탑재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효용성이 검증된 무기 개발 능력을 과시하는 한편 한·미의 첨단 전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비대칭 전력’ 마련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김여정 노동당 부장과 장금철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말)와 무력(행동) 카드를 번갈아 꺼내며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잡고, 공세적으로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9일 국방과학원과 미사일총국이 ‘중요 무기체계에 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8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오전 8시 50분쯤 동해상으로 SRBM 수 발을 발사한 것에 이어 오후 2시 20분에도 동해상으로 SRBM 한 발을 쐈다. 오전에 발사한 SRBM은 동북 방향으로 약 240km를 비행한 후 알섬 인근 해상에 떨어졌고, 오후에 쏜 SRBM은 동북 방향으로 700㎞ 이상 비행해 러시아 남쪽, 일본 왼쪽 공해상에 낙하했다.

통신은 “미사일총국 탄도미사일체계연구소와 전투부(탄두) 연구소는 전술탄도미사일 산포 전투부 전투 적용성 및 새끼탄 위력 평가시험을 진행했다”면서 “지상 대 지상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가'형의 산포 전투부로 6.5∼7㏊의 표적 지역을 초강력 밀도로 초토화할 수 있다는 것을 확증”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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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참관한 가운데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 발동기(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통신이 언급한 ‘산포 전투부’는 탄두로 집속탄(확산탄·cluster bomb)을 장착했다는 의미로 추정된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도 불리는 KN-23 계열 SRBM에 집속탄두를 탑재해 표적 지역을 초토화하는 실험을 했다는 얘기다. 집속탄은 탄두 내에 수많은 자탄이 들어있어 폭발과 동시에 사방으로 확산, 파괴력을 극대화하는 ‘강철비’를 내리는 악마의 무기로 불린다. 이란이 이스라엘 공격에 실제 사용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이 시험 표적이라고 밝힌 6.5∼7㏊ 면적(2만 평 안팎)은 축구장 10개 정도에 해당하는 크기다. 앞서 북한 매체는 2022년 11월에도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에 대응해 집속탄을 장착한 SRBM 발사 실험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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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16년 3월에 처음 공개한 대전차유도무기을 시험사격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이어 북한은 전자기(전자기파·EMP) 무기 체계 시험과 탄소 섬유 모의탄 살포 시험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EMP탄은 강력한 전자기파로 전자기기 내부 회로를 태워 현대전의 핵심인 각종 무기와 전력·통신 시설을 순식간에 불능화하는 무기다. 탄소섬유탄(정전탄)은 전도가 높은 니켈과 탄소 섬유를 결합해 만든 자탄으로 상대방의 전력망을 파괴해 이른바 ‘정전폭탄’(Blackout Bomb)으로 불린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6일 무기 실험을 진행한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날 EMP탄 시험 등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전략무기 외에도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증원 전력을 차단할 수 있는 다양한 카드가 있음을 과시한 것”이라면서 “현대전의 핵심인 전력과 통신망을 마비시키는 ‘소프트 킬(Soft-kill)’ 능력을 실전화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고 짚었다.

또 통신은 “저원가 재료를 도입한 발동기(엔진) 최대작업 부하 시험을 위한 사격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8일 오전 발사가 알섬에서 집속탄 파괴력 시험을 한 것으로 보이고, 오후 발사가 저원가재료를 도입해 가성비를 높인 엔진을 활용한 사거리 시험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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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행정 분야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2019년 보고서 ‘민간 항공기를 겨냥한 견착식 대공미사일(MANPADS)의 획득과 사용’에 나타난 견착식 대공미사일 사진. 사진 랜드연구소 보고서 캡처

이와 함께 북한은 ‘중요무기체계’ 실험의 일환으로 미사일총국 반항공(대공)무기체계연구국이 ‘기동형 근거리 반항공(대공)미사일 종합체’의 전투적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이는 이란이 최근 저가의 견착식 대공미사일(MANPADS, 휴대용 대공 미사일 시스템)로 수백억원대인 미국의  F-15E 전투기를 격추한 걸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북한이 무인기를 넘어 이란·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가성비를 검증받은 무기체계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

북한은 이날 보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불참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북한은 북한 주민들이 접할 수 있는 대내 매체인 조선중앙방송 라디오와 노동신문에 이번 무기체계 실험 소식을 싣지 않았다. 관련 사진도 공개하지 않아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성능 검증에 실제 성공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임을출 교수는 “주민들에게는 민생(지방발전 20×10)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대외적으로는 군사적 긴장 수위를 조절하며 외교적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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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공군 전투기가 지난해 4월 광주 광산구 공군 광주기지에서 '프리덤 플래그(Freedom Flag)' 훈련에서 편대비행을 하는 모습. 편대 왼쪽부터 미국 F-16, F-35B, 한국 F-15K, F-5, FA-50. 연합뉴스

한편 한·미 공군은 이날 10일부터 24일까지 광주 공군기지에서 ‘26-1차 프리덤 플래그(Freedom Flag)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프리덤 플래그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연 2회 실시되는 한·미 연합 대규모 공중 훈련이다.

이번 훈련에는 우리 공군의 F-5E/F, F-15K, KF-16, F-16, FA-50, F-35A, KA-1, KC-330(공중급유기), C-130, CN-235, E-737(조기경보통제기), 미 공군의 F-16, E-3G(조기경보통제기), RQ-4(무인정찰기), 미 해병대의 F/A-18, MQ-9(무인공격기) 등이 참가할 계획이다.

공군 측은 “이번 훈련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한국 공군이 훈련을 주도하며, 연합작전 수행능력 검증에 중점을 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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