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해리 포터·셜록 홈스 못잖은 경험, 화학 알면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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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과학의 한 분야로 물질의 조성과 구조, 성질 및 변화, 응용 등의 연구를 하는 학문을 화학이라 하죠. 청소년의 입장에서 화학이란 과목은 주기율에 따라 원소를 배열한 주기율표, 복잡한 화학식 등이 연상되거나 암기를 많이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을 텐데요. 사실 화학은 우리 일상생활과 깊이 연관돼 있으며, 원리를 알면 해리 포터 부럽지 않은 마법 같은 현상을 경험하거나, 셜록 홈스처럼 멋진 추리를 펼칠 수도 있어요.
김은제(앞줄 왼쪽)·신율 학생기자가 이광렬(뒷줄) 고려대 화학과 교수와 화학의 쓰임새와 매력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화학의 짜릿한 재미를 사랑하는 이광렬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수많은 화학 현상에 대해 아내와 아이, 그리고 반려견에게 '귀에 피가 날 정도로' 설명하는 취미가 있는데요. 그는 많은 사람이 화학의 진짜 매력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바쁜 일과를 쪼개 포털사이트·주간지 연재는 물론, 여러 저서를 꾸준히 집필해왔죠.
이 교수의 신작 『화학자 K의 추리 과학실』은 화학 원리로 여러 범죄를 수사하는 이야기인데요. 소의 방귀에 불을 붙인 어리석은 방화 사건으로 연소와 소화 개념을, 액체질소를 사용한 절도 사건에서 금속 결합을 소개하는 등 중·고등학교 화학을 관통하는 필수 개념들을 추리라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구성했어요. 김은제·신율 학생기자가 서울시 성북구 고려대학교에 있는 이 교수의 연구실에서 화학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그와 만나 화학이란 학문의 매력, 일상 속 화학, 과학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광렬(맨 왼쪽) 교수가 소중 학생기자단과 신간 『화학자 K의 추리 과학실』 집필 과정에 대해 인터뷰했다.
- 은제: 어떤 계기로 화학과 추리를 결합한 『화학자 K의 추리 과학실』을 집필하셨나요.
가장 큰 이유는 제가 화학과 교수이기 때문이죠(웃음). 많은 사람이 화학을 어렵게 생각하는데요. 사실 화학은 DNA를 이용한 범죄수사는 물론, 혈액 성분 분석이나 중금속 중독 농도 측정 등 병원에서 환자를 검사할 때도 많이 활용되는 학문이에요. 저는 화학과 관련된 현상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화학 지식을 바탕으로 추리하면 재미있게 화학 원리를 설명할 수 있으니까요.
또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위험한 행동에 대한 경각심도 주고 싶었어요. 기본적인 화학 지식을 몰라서 사람들이 황당하게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락스와 식초를 섞어서 사용하라는 이야기가 청소 '꿀팁'으로 공유되는 경우가 있죠. 주요 성분이 차아염소산나트륨(NaOCI)인 락스와 식초의 산이 만나면 유독성인 염소(Cl2) 기체가 발생해서 사실 굉장히 위험합니다.
- 신율: 어려운 연구 논문을 쓰실 때와 화학 입문자를 위한 추리 기반 과학책을 쓰실 때, 어떤 점이 가장 다르고 힘드셨나요.
저는 과학자이기 때문에 특정 현상의 원리를 설명하는 연구 논문 작성은 쉬운 일이에요. 외려 추리가 필요한 사건 창작이 어려웠어요. 저는 추리소설 작가가 아니니까요. 추리소설을 쓸 때는 범인의 시각으로 상상하면서 플롯을 짜야 하죠. 청소년이 볼 수도 있는 책이기 때문에 너무 잔혹하지 않도록 수위 조절도 해야 하고요.
이광렬(맨 오른쪽) 교수가 『화학자 K의 추리 과학실』에 등장하는 액체 질소의 성질을 직접 보여줬다. 극저온인 액체 질소로 금속을 동결하면 쉽게 부술 수 있다.
- 은제: 화학자 K는 교수님의 실제 모습이 투영된 캐릭터인가요? 아니면 교수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과학자'의 모습을 그리신 건가요.
과학자는 실제로도 탐정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과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예리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이 현상이 왜 일어났을까' 계속 탐문하고, 원리를 밝혀내는 과정이 필요해요. 과학 연구를 할 때 제 모습을 탐정의 모습으로 바꾼 거죠.
- 신율: 예리한 관찰력을 가지려면 평소에 어떤 습관을 지니는 것이 좋을까요.
궁금한 점이 생기면 타인에게 도움을 받지 않고 해결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봐요. 요즘은 의문이 생기면 선생님은 물론 AI 챗봇에게 바로 물어보잖아요. 그전에 나 스스로 생각해 보는 시간이 굉장히 많아야 해요. 설령 처음에 내가 생각한 답이 틀렸더라도 괜찮아요. 그걸 자꾸 수정하는 과정을 겪다 보면 훨씬 더 냉철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
- 신율: 독자들이 『화학자K의 추리 과학실』을 다 읽고 덮었을 때, 세상이 전과는 어떻게 다르게 보이기를 바라시나요.
세상이 다른 방식으로 환하게 보였으면 좋겠어요. 요즘 학생들은 선행학습을 많이 하기 때문에 어려운 단어를 너무 일찍 그리고 많이 배워요. 그런데 그 단어가 정확히 어떤 원리를 의미하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죠. 그건 제대로 아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화학 외에도 과학과 연관된 원리가 작용하는 순간이 많아요. 그런 현상의 원인을 궁금해하고,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탐구한다면 세상이 좀 더 환하게 보이지 않을까요. 그게 제가 꾸준히 책을 집필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이광렬 교수의 주력 연구 분야인 나노입자의 형성 원리와 응용에 사용하는 현미경을 살펴봤다.
- 은제: 저는 중학교 1학년입니다. 교수님은 중1 때 어떤 학생이셨나요.
궁금증이 많고 집요한 면이 있는 학생이었어요. 예를 들어 월요일에 체육선생님이 수요일에 배구공 토스로 시험을 치겠다고 하면, 월요일 저녁부터 수요일까지 집 앞이나 학교에서 토스 연습을 계속했죠. 공부하거나 책을 볼 때도 궁금한 점이 없을 때까지 파고들었어요. 한편으로는 책을 읽고 수필이나 시를 쓰는 걸 좋아하는 학생이기도 했죠.
- 신율: 교수님도 어릴 적 화학을 어려워하셨다고 들었는데, 언제 화학에 흥미를 느끼셨나요. 또 여러 과학 분야 중에 화학을 택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제게 화학은 어렵다기보다는 재미가 없었던 과목이죠. 제가 화학을 배울 때는 여러 화학 반응이나 원리에 대해 교과서의 글로만 설명돼 있었고, 그 현상을 제 눈으로 확인할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또 왜 그런 화학 반응이나 현상이 생기는지 원리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죠. '그냥 외우세요'라고만 하니까 재미가 없었어요. 저는 뭘 하든지 그 원리를 알고 싶어하는 편이거든요. 그럼에도 화학을 연구분야로 택한 건, 제가 카이스트(KAIST)에서 공부하던 당시엔 2학년 때 전공을 정했어요. 운이 좋게도 입학 후 여러 과목의 책을 읽어보면서 '내가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일까' 생각할 시간이 1년 정도 있었던 거죠. 그때 화학 전공 서적들을 깊이 있게 읽고 나니 화학이 원리를 알면 재미있는 학문임을 알게 됐어요.
고려대 화학과 연구실에서 살펴본 코딩으로 구현한 코발트 원소의 구조. 화학자는 다양한 분야를 응용해 연구한다.
- 은제: 연구와 강의는 물론 도서 집필과 포털사이트 연재 등 화학을 재미있게 소개하는 활동에 '진심'이신데요. 바쁜 일과를 쪼개 많은 콘텐트를 개발하시는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일단 제가 재미있다고 느껴서 계속 개발하는 거죠. 뭘 하든지 자기가 재미를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많은 사람에게 화학의 매력을 알려주면 훨씬 더 안전하게 여러 화학 원리를 이용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세상에 공유하는 게 재미있어요. 제가 화학자로서 하는 공부나 연구도 재미있어서 하는 거죠.
- 신율: 어떻게 하면 공부가 재미있어질 수 있나요.
저는 궁금증이 생기면 그걸 해소하는 과정을 즐겨요. 그게 연구죠. 연구하는 데 필요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습득하는 게 공부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게임을 잘하려면 그 게임의 규칙과 기술을 익혀야 하죠. 그처럼 내가 원하는 재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참고 견디는 게 공부라고 생각해요.
화학의 유용성을 알리기 위해 그간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화학 입문서를 꾸준히 집필해온 이광렬 교수.
- 은제: 과학자가 되려면 어떤 자질이 중요한가요.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소중 독자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궁금증이 많아야 해요. 즉, 내가 모르는 사실이 생기면 그에 대한 답을 알아내고 싶은 마음이 강한 사람이 과학자의 자질이 있다고 볼 수 있죠. 반면 만사 궁금증이 없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어려운 단어와 공식을 외우고 시험 문제를 잘 풀어도 과학자가 되긴 힘들죠. 또한 타인과 의사소통하는 능력도 중요해요. 요즘 과학자는 연구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과 소통하거든요. 글을 잘 쓰고 조리 있게 말하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동행취재=김은제(서울 역삼중 1)·신율(서울 원당초 5)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이번 취재에서는 『화학자 K의 추리 과학실』을 집필하신 고려대 화학과 이광렬 교수님과 함께 책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화학이라는 학문의 재미,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화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는 고려대 화학과 실험실에 방문했는데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대학생들이 멋있어 보였어요. 가장 흥미롭고 신기했던 것은 교수님이 복도 바닥에 뿌려주신 액체 질소예요. 『화학자 K의 추리 과학실』에도 액체 질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액체 형태였던 질소 알갱이들이 미끄러지듯 흐르다 '펑' 하고 기체로 변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화학이 어렵기만 한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재밌고 인상 깊은 취재였어요.
김은제(서울 역삼중 1) 학생기자
이광렬 교수님은 제가 만난 첫 번째 대학교수님이에요. 교수란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에서 교육·연구·봉사 등 활동을 수행하는 직업인데요. 이광렬 교수님은 『화학자 K의 추리 과학실』 집필 계기에 대해 화학의 매력을 알리는 것은 물론, 잘못된 화학 지식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하셨어요. 가령, 락스와 식초를 섞으면 청소가 잘 된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지식으로 이 두 가지를 섞으면 염소가 발생해 위험할 수 있죠. 교수님은 학생기자단에게 실험실도 보여주셨어요. 친절하고 자상하고 유쾌한 이광렬 교수님을 뵙고 취재할 수 있어 큰 영광이었어요.
신율(서울 원당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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