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단종 신드롬’ ‘꽃미남 신드롬’...20년 세월 뛰어넘은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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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의 남자'에서 광대 공길 역을 맡은 배우 이준기. 사진 시네마서비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장항준 감독, 이하 ‘왕사남’)가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 2위를 확정지었다.

‘왕사남’ ‘왕의 남자’ 공통점 분석

1일 현재 누적 관객수는 1674만 명. 일일 관객수 추이를 볼 때 한국 영화 흥행 1위 ‘명량’(1761만 명)을 넘어서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로써 역대 한국 영화 흥행 1, 2위 모두 사극이 차지하게 됐다.

누구나 알고 있는 단종의 최후를 그린 ‘왕사남’이 신드롬을 일으키며 천만 영화가 되리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20년 전에도 왕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한 편이 천만 관객을 넘어서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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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의 남자' 포스터. 사진 시네마서비스

사극 영화로 첫 천만 기록을 세운 ‘왕의 남자’(이준익 감독)다. 연산군 시대를 배경으로 예술과 권력의 관계, 권력의 광기와 허무를 비극적으로 그려낸 이 영화는 ‘왕사남’과 서사 구조 및 흥행 패턴이 놀랍도록 닮았다. 2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평행 이론이라 불리는 이유다.

이준익 감독은 ‘왕사남’ 시사를 본 뒤, 일찌감치 영화의 흥행 대박을 점치기도 했다.

①조선 왕실 비극을 민초의 시선에서 그려내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입혀 만든 팩션 사극인 두 영화는 조선 시대 왕실의 비극을 민초의 시선에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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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의 남자'에서 연산군(정진영)이 광대들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사진 시네마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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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박지훈)과 촌장 엄흥도(유해진, 가운데) 등 유배지 마을 주민들 간의 정서적 유대 관계를 그렸다. 사진 쇼박스

‘왕의 남자’가 광대 공길(이준기)과 장생(감우성)을 앞세워 연산군(정진영) 내면의 트라우마와 스스로 몰락해가는 과정을 보여줬다면, ‘왕사남’은 촌장 엄흥도(유해진) 등 유배지 마을 주민들과의 인간적 교류를 통해 백성의 삶에 눈 떠가는 단종(박지훈)의 마지막 4개월을 그렸다.

②유해진의 열연

유해진의 열연도 두 영화의 공통점이다. ‘왕의 남자’에서 유해진은 광대 육갑을 연기했다. 유해진은 능청스럽고 사람 냄새 물씬 나는 광대 연기를 통해 웃음과 슬픔이 공존하는 영화 속 세계관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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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의 남자'에서 광대 육갑 역을 맡은 배우 유해진. 사진 시네마서비스

이 연기를 계기로 유해진에겐 ‘신스틸러’란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고,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배우 인생의 화려한 막을 열었다.

유해진은 당시 시나리오를 읽으며 “너무 울어서 책장을 제대로 넘기지도 못했다”고 할 만큼 작품에 깊이 매료됐는데, ‘왕사남’에 대한 애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주연급으로 성장한 유해진은 의로운 일을 위해 죽음까지 불사하는 엄흥도 역할로 극을 이끌며, 애절하면서도 감동적인 서사를 완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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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엄흥도 역을 열연한 배우 유해진. 사진 쇼박스

유머와 비애를 오가는 그의 연기는 ‘왕의 남자’ 때보다 더 유연하고 깊어졌다. 단종의 마지막 선택을 돕는 클라이맥스 장면에선 촬영 전부터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 분장에 애를 먹을 정도로 엄흥도 역에 깊이 몰입했다. 그는 ‘왕사남’으로 백상예술대상 남자 최우수연기상 후보에 올랐다.

③일약 스타덤에 오른 신인 배우  

‘왕의 남자’가 이준기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다면, ‘왕사남’은 박지훈이란 스타 배우를 탄생시켰다. 물구나무 서서 다리를 쫙 벌리는 자세로 3000대 1의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공길 역에 캐스팅 된 이준기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동성애 코드로 ‘예쁜 남자’ ‘꽃미남’ 신드롬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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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의 남자'에서 광대 공길을 연기한 배우 이준기. 사진 시네마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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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박지훈)의 유배 생활과 마지막 순간을 그린 작품이다. 사진 쇼박스

넷플릭스 시리즈 ‘약한 남자’에서의 연기로 ‘왕사남’에 캐스팅된 박지훈은 눈빛 만으로 단종의 비애를 표현해냈다. 두 개의 신인상(대종상, 대한민국영화대상) 트로피를 차지했던 이준기처럼, 박지훈도 백상예술대상 등에서 유력한 신인상 후보로 떠올랐다. 두 배우 모두 자신들의 연기 인생을 바꿔 놓은 영화를 만났다.

④두 주인공의 브로맨스  

‘왕의 남자’의 공길과 장생, ‘왕사남’의 단종과 엄흥도 등 두 영화의 주인공들은 매우 돈독한 브로맨스 관계를 구축한다. 두 남자의 관계성이 서사를 이끄는 핵심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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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의 남자'의 주인공 공길(이준기, 오른쪽)과 장생(감우성). 사진 시네마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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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단종(박지훈, 왼쪽)과 유배지 촌장 엄흥도(유해진)는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정서적 유대를 쌓아간다. 사진 쇼박스

서로의 눈빛만 봐도 속마음을 아는 공길, 장생과 달리 단종과 엄흥도는 알고 지낸 기간은 짧지만 관계의 밀도는 공길과 장생 못지 않다. 공길과 장생의 관계가 동성애 코드를 담고 있다면, 단종과 엄흥도는 유사 부자 관계를 보여준다.

⑤입소문과 N차 관람으로 천만 달성

관객들이 영화를 반복(N차) 관람하며, 자발적인 충성 고객이 된 것도 두 영화의 공통점이다. ‘왕의 남자’의 경우 20번 이상 관람한 관객까지 나오는 등 ‘왕남 폐인’이란 팬덤 소비가 흥행을 이끌었다.

‘왕사남’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호평을 바탕으로 더 많은 관객이 들고, 재관람 열풍까지 일었다. CGV에 따르면 ‘왕사남’ 관객 중 영화를 2회 관람한 관객은 전체의 5.2%, 3회 이상 관람한 관객은 3.0%였다.

관객의 8.2%는 두 번 이상 영화를 본 셈이다. CGV 관계자는 “작품의 정서적 여운과 배우에 대한 선호가 N차 관람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⑥대통령 관람이 흥행 기폭제  

두 영화의 거침없는 흥행세는 대통령의 관람까지 이끌어냈다. 2006년 1월 21일 노무현 대통령은 500만 관객을 돌파한 ‘왕의 남자’를 깜짝 관람했다.

권양숙 여사, 청와대 참모진과 함께 롯데시네마 에비뉴엘관 조조 관람을 택했다. 취임 이후 첫 극장 관람이었다. 노 대통령은 관람 후 “이야기를 엮어가는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감상평을 남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설 연휴 기간인 2월 17일 김혜경 여사와 함께 용산 CGV에서 ‘왕사남’을 관람했다. 300만 관객을 돌파하던 시기에 이 대통령의 관람은 흥행에 불을 지폈다.

이 대통령은 천만 관객 돌파 때 SNS로 축하의 뜻을 전하며 “영화인들의 뛰어난 상상력과 이야기의 힘, 그리고 아낌없이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이 함께 만든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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