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표 사과에도, 2800명 동시 연차…‘삼바’ 창사 이래 첫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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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전면 파업 첫째 날인 1일 오전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내부 도로에는 지난달부터 노조가 꽂아둔 빨간색 깃발이 줄지어 휘날리고 있었다. 깃발과 현수막에는 파업을 알리는 문구(ONE TEAM ON STRIKE)가 적혀있다. 2011년 창사 이래 첫 파업을 맞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노동절 풍경이다.
이날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부(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조합원 2800명이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임금 인상률·성과급 산정 등에서 회사 측과 합의를 이루지 못해서다. 이들은 별도 집회 없이 연차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는 방식으로 오는 5일까지 닷새간 파업을 이어간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체 임직원 수는 5455명으로 이 중 73%(3998명)가 노조에 속해있다.
이미 지난달 28일부터 정제 공정 재료·세포 배양 물질 등을 분배하는 자재 소분 부문 직원 60여명은 부분파업을 시작했다. 이 때문에 항암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관련 의약품, 아토피 치료제 등 23개 제품 일부 폐기 등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이로 인한 손실 규모를 1500억원 규모로 추산한다.
회사 측은 “현재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인력과 5주 교육을 이수한 신입사원 100여 명을 투입해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공장 가동이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일부 생산량 축소는 불가피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살아있는 세포를 취급하는 바이오의약품의 특성 때문에 1년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공장을 가동한다. 회사 측은 파업이 5일간 이어지면 64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5808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조정 결렬 이후 한 달 이상 실질 협상을 요구해 왔지만, 회사는 책임 있는 제안을 하는 대신 가처분과 같은 법적 압박을 했다”며 “연차 시기를 변경하도록 하고 파업 참석 여부를 사전 확인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또 “회사가 손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파업 자제를 호소하기 전에 실질 협상에 나섰어야 한다”며 “회사는 대화보다 압박과 책임 전가에 집중해 왔고 이러한 경영진의 행태가 직원들이 회사를 신뢰하지 못하게 된 핵심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달 22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 결의대회에서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기준 등에 대한 요구 사항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앞서 회사 측은 ‘파업으로 인해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며 인천지방법원에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연속 공정이 중요하다는 바이오의약 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해 파업을 막아달라는 취지였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은 살아있는 세포를 해동한 뒤 배양→ 정제→ 충전하는 작업을 연속으로 거치는데 중도에 생산을 멈추면 단백질이 변질해 전량 폐기해야 한다.
이에 법원은 전체 9개 공정 중 배양·정제 일부 작업과 제품이 부패하지 않도록 유지·보관하는 작업이 포함된 마지막 3개 공정에 대해서만 파업을 금지했다. 9개 공정 중 나머지 6개 공정은 파업을 해도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든 공정이 연속으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배양세포 오염·폐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판결 당일 항고했지만 끝내 파업을 막지 못했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전날인 지난달 30일 타운홀 미팅을 열고 임직원들에게 사과한 데 이어 파업을 만류하는 공지문을 올렸다. 그는 “파업 참가 여부는 직원 여러분들의 의사로 결정할 문제지만, 회사와 구성원 모두에게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다시 한번 신중히 판단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주원 기자
그간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13차례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 측은 임금 인상률 14.3%와 영업이익 20%에 해당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성과급 상한선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임금 인상률 6.2%, 기본급의 200%에 해당하는 격려금, 영업이익 10% 또는 경제적부가가치(EVA)의 20%에 해당하는 OPI 등을 제시했다.
노조는 현재 진행 중인 파업을 ‘1차 총파업’으로 부르고 있다. 만약 5일간의 파업에도 노사 의견이 평행선을 달릴 경우 재파업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겼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이번 사태로 인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람의 몸에 직접 투약하는 의약품은 다른 제조업보다 엄격한 품질관리 기준이 적용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비롯한 각국 규제기관은 제품에 문제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공정 절차를 준수하지 않으면 제품이 변질한 것으로 규정한다. 바이오 의약품 제조에 사용되는 세포주·항체 등은 주변 환경이 조금만 변해도 변이가 발생할 수 있어 기대했던 약효가 나타나지 않거나,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어서다.
차준홍 기자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84만5000L)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글로벌 상위 제약사 20개 중 17개를 위탁생산(CMO)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4조5570억원, 영업이익 2조692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이번 파업이 향후 실적에 찬물에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가 위탁생산을 의뢰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안정적인 제품 공급”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파업으로 납기 일자를 맞추지 못할 경우 향후 수주 경쟁력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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