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장난감은 만져보고 사야죠”…SNS타고 대박난 창신동 완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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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평일이었음에도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거리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자녀의 선물을 사러 온 가족 단위 방문객은 물론 2030세대까지 모두 모여 최근 유행하는 장난감인 ‘말랑이’를 주무르거나 ‘클리커’를 누르고 있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있는 문구·완구거리. 곽주영 기자
출생률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불리던 창신동 문구·완구거리가 활기를 띠고 있다. 공책 같은 문구류나 인형·장난감 등 완구 제품을 파는 이 거리는 학령 인구 감소의 여파를 실시간으로 맞닥뜨리는 현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말랑이’ ‘왁뿌볼’ ‘클리커’ 같은 촉감 장난감이 인기를 끌면서 창신동을 찾는 발걸음이 늘었다. ‘라부부’를 비롯한 캐릭터 인형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에도 창신동은 잠시 특수 효과를 누렸지만, 이번 유행은 ‘촉감’이 중요한 만큼 오프라인에서 직접 체험해보고자 하는 시민들이 많아 예년보다 더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에서 ‘클리커’가 걸려있는 진열대엔 ‘판매 상품입니다. 마구 누르지 마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있다. 곽주영 기자
지난 3일·4일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에 방문해 지켜본 상인들은 실시간으로 매대에 재고를 채우고 가격을 묻는 시민들을 응대하느라 분주했다. 상인들은 가게 앞에서 말랑이와 키캡을 만지는 시민들에게 “너무 세게 누르면 망가지니 조심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거리 특성상 가게 입구가 좁은 데다 시민들이 매대 앞에서 장난감을 직접 만져보며 고르는 경우가 많아 인파가 오고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소셜미디어(SNS)에 언급된 일부 가게는 들어가기조차 쉽지 않았다.
최은송(17)양과 박려은(17)양이 문구·완구거리에서 산 4000원짜리 ‘빅우유빵 말랑이’(왼쪽)와 권소린(27)씨가 산 1만원 어치의 장난감들. 곽주영 기자
최근 유행하는 장난감은 촉감과 소리 같은 감각을 자극하는 데 재미를 주는 제품이다. ‘말랑이’란 부드러운 클레이 재질을 만지며 노는 장난감이고, 이를 왁스로 감싸 부서지는 재미까지 더한 것이 ‘왁뿌볼(왁스 부시는 공)’이다. ‘클리커’는 키보드처럼 경쾌한 소리를 내는 장난감이다.
SNS에서 정보 얻어…“15년 중 최대 인파”
창신동은 이러한 제품들을 만져보고 사려는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로 북적였다. 지난 3일 세종시에서 딸 이재인(10)양과 함께 창신동을 방문한 최옥희(46)씨는 “어린이날 연휴를 기념해 방문했다”며 “SNS에서 ‘클리커’ 종류가 다양하고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해 서울 온 김에 방문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권소린(27)씨는 “SNS에서 창신동이 더 싸고 흔치 않은 제품을 살 수 있다고 해 왔다”며 “아직 ‘왁뿌볼’을 파는 곳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직장인 김모(36)씨도 “‘말랑이’ 같이 만지며 스트레스 풀 수 있는 ‘스트레스볼’을 싸게 살 수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재인(10)양이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에서 산 장난감들 들어보이고 있다. 곽주영 기자
상인들은 어린이날 연휴가 문구·완구거리의 대목이라고 해도 예년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다고 입모아 말했다. 인형 가게를 운영하는 이용덕(73)씨는 “여기서 15년 일한 이래로 이정도로 사람이 몰린 것은 처음 본다”며 “날씨가 더 좋았던 지난 2일에는 지나갈 수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최은송(17)양은 “요즘 학교에서 친구들이 다 ‘말랑이’를 만지고 있다”며 “온라인에서도 살 수 있지만 직접 만져보고 사고 싶어 창신동에 왔다”고 했다.

SNS에 올라온 창신동 문구·완구거리 관련 게시글. 인스타그램 캡처
몰리는 인파 때문에 경찰과 구청은 현장 관리에 나섰다. 창신동을 관할하는 혜화경찰서는 연휴가 시작된 지난 2일부터 인파 밀집 관리를 이어오고 있으며, 연휴가 끝나는 5일까지 지역 순찰차는 물론 경비·교통 인력까지 투입해 현장을 관리한다고 밝혔다. 종로구청은 문구·완구거리 상인회에 질서 관리에 유의해달라는 공문을 보내고 거리에 차량 진입을 제한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본래 ‘차 없는 날’은 공휴일과 연휴에만 운영하는데, 인파가 몰려 평일인 지난 4일에도 일시적으로 차량을 통제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찾는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에 인파가 몰렸다. 곽주영 기자
“아이는 유행 장난감 사고, 어른은 향수 느껴”
이러한 열풍에 유행 장난감을 취급하지 않던 문구점들까지 물건을 들여와 팔기 시작했다. 거리 입구 쪽의 한 가게에선 전기 파리채와 손 선풍기 재고들이 쌓여있는 매대 위로 ‘말랑이’ 상자 열댓 개가 어수선히 올라와 있었다. 이 가게 사장은 “1주일 전부터 말랑이를 팔기 시작했다”며 “다들 이것만 사고 이것만 파니까 나도 뒤늦게 팔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방과 벨트 등을 파는 김모(76)씨도 “나 역시 유행 장난감을 팔까 고민해봤지만 지금 하기엔 늦었다고 판단했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전문가들은 진입장벽이 낮은 유행 장난감이 SNS로 확산되며 창신동에 인파가 몰렸다고 봤다. 주동오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SNS의 발달로 세대 간 유행의 경계가 흐려졌다”며 “2000~4000원선이라 가격 부담감도 적은 장난감 유행이 세대를 불문하고 넓게 퍼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도 “아이는 최신 유행 장난감을 사고, 어른은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창신동에 사람이 몰린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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